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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Oct 12. 2021

이제 농업을 다르게 봐야 할 때

스마트팜 체험을 마친 후 소회

자본가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루한 농업은 그들의 관심 밖이었다. 분단국가라는 정치적 상황과 제조업 중심 국가 주도 성장 정책으로 인해 '전략적 비축 물자' 혹은 '물가 안정 관리 대상'이라는 두 가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도 크다.


그랬던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회자되 세간의 관심을 끌자, 돈이 모이기 시작한다. 현재까지 그 일등공신은 단연 스마트팜이다. 농업에 문외한 분들 조차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선거철인 요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입을 모아 그 전략적 가치를 언급하면서 관련 종사자 영역을 넘어 일반 대중적 관심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혁신 성장을 위한 정부 8대 선도 사업(정부 정책브리핑 출처)

스마트팜은 양액 재배 기반 실내 수직농장(Indoor Vertical Farm)의 유사 개념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말해 ICT(정보통신기술)로 작물 생육환경을 원격 혹은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농장을 일컫는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시장 자체는 도입기 단계로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등 몇몇 나라에서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체 시장의 추정 규모는 엄청나다. 미국 농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스마트팜 기업, 에어로팜은 얼마 전 증시 상장을 통해 이미 조 단위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대표 스마트팜 기업, Aerofarm, 기업 홍보 자료 출처

필자도 업무상 여러 스마트팜 기업을 방문했지만, 주로 실무 위주 일정이다 보니 개인적 호기심이 해결되지 못한 채 찜찜하게 남아있었다. 그러던 와중, 시장 조사 명분으로 얼마 전 상도역에 위치한 팜아카데미를 방문했다. 국내 스마트팜 기업 팜에이트가 운영하고 있는데, 네이버로 사전 예약을 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로봇과 AI 기반 오토팜 미래형부터 냉장고 형태의 가정용 파밀리에 그리고 메트로팜 참관 순으로 투어는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시설 내부로 들어가서 직접 수확해 볼 수 있는 체험 시간이 단연 백미였다.


양산체계를 갖춘 인도어팜은 면적당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10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종부터 이식, 정식까지 생육 기간에 따라 각기 다른 생육 환경의 '단'을 이동하게 된다. 그 과정에 따르면 경쟁력은 HW, SW, 그리고 노하우 등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최적의 생육 환경 조성을 위한 공조 컨트롤, LED 설계 및 순환 수경재배 시스템 등 HW로 눈길이 우선 갔지만. 투어를 마치고 보니 정보 분석 및 제어 시스템 등 SW와 운영 노하우가 더 중요하게 보였다.


일반인 스마트팜 투어 中 인도어팜 내부(직접 촬영)


한국의 스마트 팜 농업 시장은 시장 형성의 초기 단계로, 극소수의 플레이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척박해 보인 시장에서 점차 기술 가능성이 보이면서 전문 투자회사는 물론 농업과 무관해 보이는 국순당(→팜에이트 ), 하이트진로(→그린) 등과 같은 기업들도 앞다투어 관련 신생 기업에 지분 투자 참여를 해 왔다. 개인적으로 관련 기업에 대해 더 공부를 하다 보니, 설비 자체보다 데이터 기반으로 새로운 농업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는 그린랩스라는 신생 기업을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그린랩스 관련 영상 : https://youtu.be/V3wQoq8YMaU)


ICT, 빅데이터 등 여러 기술을 접목한 정밀농업이 갈수록 발전할 것이다. 기술 발전이 거듭할수록 설비 투자와 운영 경비는 절감될 거고, 재배 대상도 기존 채소류를 넘어 화장품과 의약 원재료 등 고부가치 아이템으확산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스마트팜이 가진 파급력을 예단하기는 시기상조이나, 지금 국내 농업이 처한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김치 파동부터 올해 금파 현상까지 이상기후로 인해 요 몇 년 새 벌어진 일련의 농산물 파동 사사는 영세소농 중심의 산지 공급망이 가진 취약성을 다시 상기시킨다. World Economic Forum에서 향후 10년 뒤, 맞닥뜨릴 세계 10대 위기 중 하나로 식량 부족 그리고 급격한 기후 변화를 꼽았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투어를 통해 느낀 스마트팜은 새롭고 신선했다. 필자의 조예가 유별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대중들이 관심을 갖고 더 많은 돈이 모이 지지 않을까? 스마트팜은 정체되어 있던 국내 농업에 자극제가 되고 나 아가 그 자체가 변곡점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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