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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Mar 06. 2023

미국은 어때?

농산 MD의 미국 출장 이야기

그간 국내 물가 안정의 절대 조건값이었던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중국이 지닌 여러 경쟁력 우위가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점차 사라진다는 '피크(Peak)차이나'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농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면 국내 농업이 가진 체력은 그대로이다. 이럴때 대부분의 농산 바이어는 대책 없이 마른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는 심정이다. 어느날 문득 생각한다, 축복의 땅, 미국 농산물은 어떨까?


포근한 초 겨울 날씨로 잎채소 시세는 연일 좋았다. 바이어 하나 둘 연말 휴가 계획을 떠날 무렵, 필자는 미국 채소를 알아보러 LA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 도착하기 전, 당시 필자는 흡사 엘도라도 문 앞에 다다른 흥분한 탐험가였다. 1주일 동안 캘리포니아, 애리조나에 걸쳐 여러 산지를 둘러보고, 현지 관계자와 이야기도 나누었다. 시간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출처 : 직접 촬영, 미국 산지


미국 농업은 기업농 중심 구조이다. 그래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고, PROCESS 기반으로 참여자 간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 이는 변수가 적고, 예측이 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 그 농산물이 그 농산물이기도 한 부분도 있었다. 자국 내 소비되는 채소 주산지는 대부분 캘리포니아에 위치하다 보니 서부에서 동부로 신선한 채소를 옮기는 트럭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대단지 노지 재배 위주이다 보니, 올해 같이 서부해안 이상 한파라도 발생하면 미국 전역의 채소값도 고공행진이다. 제 아무리 미국이라도 자연 앞에서 매한가지였다.


출처 : 직접 촬영, SWEETGREEN

채소 소비는 어떨까? 인당 채소 소비가 낮다는 통계 수치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현지에서 느낀 채소에 대한 인식은 딱 사이드 메뉴였다. 최근 국내 우후죽순 생겨난 샐러드 전문점과 달리, LA대도시 내 샐러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프랜차이즈는 SWEETGREEN 한 곳 정도 였다. 사용하는 채소 정도만 다를 뿐, 매장 컨셉, 마케팅 요소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현지에서 흥미로운 몇몇 채소를 발견하고, 이를 국내 도입에 관해 검토해 보기로 한건 나름의 수확이었다.


출처 : 직접 촬영, 끊임없는 차량 이동

비행기, 차량으로 각각 25시간, 30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대장정이었다. 미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사라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물론 소득도 적지 않았다. 관습적으로 받아들여왔던 농산물 생산~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형태의 농산물 공급을 그려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업계 여러 사람들과 미국산 채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품위가 떨어진다', '쉽게 변색된다' 등등 가끔 근거 없는 미국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마주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반문한다. '사장님 미국 어디까지 가봤어요?' 늘 그렇듯 경험만큼 강렬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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