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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과장 Jun 09. 2021

어설픈 창조보다 완벽한 모방이 낫다

바로잉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저> 책 리뷰

인사팀 주관으로 올해 처음으로 사내 '아이디어 클럽활동(가칭)'이 도입되었다. 자유로운 참가라지만 역시나 부서별 할당이 있는 모양이다. ㄱ부장님이 메신저로 호출하신다. " B과장이 부서 대표로, 이번 주까지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 내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메신저 창을 끄고 나서 한 동안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아이디어라....


스스로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면, 창의적이라고 자부하는 직장인드물다. 누가 우리들의 창의력을 빼앗아가 버걸까?


"천재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 故 이건희 회장 -


그간 통찰력 있는 소수의 핵심인력이 기업 명운을 갈랐다믿어왔고, 대기업들하나 같이 "인재 중시"를 경영철학 문구 상단에 두었다. 이 시대적 분위기는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창의성"은 특별해서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 암묵적으로 가르쳐왔다.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 시대,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AI, 애널리틱스 등이 DT(Digital Transformation)를 통해 정확하게 비즈니스 트렌드를 파악하고 전략 가이드를 제시하는 데이터 기반 집단 지성 시대로 진입하는 이다. 


며칠 전 필자가 읽은 "바로잉(borrowing)" 이래저래 참 시의적절했다. 책을 읽는 내내 변화의 경계점에 서있는 지금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에 관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 창의성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Tool이라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는 완전하게 독창적인  없다. 오히려 베끼기(바로잉)와 결합의 연쇄 작용에 따른 결과물이다. 실제로 혁신의 아이콘인 아이폰은 워크맨을, 그 이전 워크맨은 녹음기를 참고했다. 물론 녹음기마저 과거 무언가를 기반으로 발전한 산물일 것이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글이든지 간에 워드 새문서 흰 바탕 위 첫 타이핑하기 전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만약 샘플 양식이나 여타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면, 그다음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때 기대 이상으로 자신만의 것을 더해 결과물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창의적인 건 거창할 게 전혀 없다


"어설픈 창조보다 완벽한 모방이 낫다"  - 바로잉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저>의 내용 中 -


우리는 남의 것을 단지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시선에 의해 꺼림칙해한다. 이 불편함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이었을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자본주의 근간인 사유재산 보호 권리에서 연유를 찾을 수 있다. 그중 파생된 지적재산권은 상호 교류에 의한 창의적인 집단사고 자체를 타부시 하고, 억제하려는 여러 장치를 법제화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베끼기와 결합이라는 유용한 도구는 소수 기업인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차이점은 대중이 주저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때, 단지 그들은 이를 교묘하게 숨기면서 독점적으로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이제 당당하게 "바로잉(borrowing)" 하자. 스티븐 잡스나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1. 우선 해결하려는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한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관습적인 혹은 카더라와 같은 쉽고 수동적인 접근 방식은 늘 나중에 더 큰 에너지와 시간 낭비를 초래한다.


2.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빌려라. 구글 검색엔진의 기본 알고리즘은 도서관 관리 체계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포드 생산 방식은 의외로 육가공 작업장 프로세스를 차용했다. 가까운 곳에서 다른 영역까지 솔루션이 있을 만한 곳은 어디든 살펴본다.


3.  그런 다음 빌린 아이디어들을 서로 연결하고 결합하라. 단지 손쉽게 남의 것을 베끼거나, 상황에 안 맞는 것을 억지로 끼어 맞추기만 한다면 창의성과 거리가 멀다. 예상 밖의 조합이 절묘한 시너지를 일으킬 때 발생할 때 비로소 주위를 놀라게 할 수 있다.


4. 그리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갖고 숙성시켜라. 창의력은 종종 이성보다 잠재의식을 필요로 한다. 계산이 서지 않는다면, 잠시 덮어두자. 혼자 멍하니 운전을 하거나 샤워를 할 때 문득 찾아온 번뜩임이 마지막 퍼즐이 되어 작업물을 완성시켜주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5. 마지막으로 마련한 아이디어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보완하고 제거하라.


신입사원 시절, 필자가 일처리가 종종 늦을 때면 선배들은 의기양양하게 비단 주머니라도 주는 마냥 프로그램 활용법 한 두 개씩  알려 주곤 했다. BI 기능을 탑재한 여러 프로그램 덕분에 필자는 다행히 그들처럼 "선배 노릇" 기회는 거의 없다. 반대로 배울 게 있다면 선, 후배의 것 가릴 것 없이 찾아가 대화하고 수시로 메모하려 노력한다.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등 기술 트렌드가 추구하는 건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고 연결이다. 이제는 자신의 것을 더 내놓고 새로운 것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이 경쟁력인 시대를 살고 있다.


어차피 개인의 머릿속에 갖고 있는 지식은 USB 한 개 용량에 비해도, 턱없을 정도로 미비하다. 사실 그래서 우리가 바로잉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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