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애도 기간. 지금까지 수많은 사고와 참사, 그에 따른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봐왔지만 ‘국가애도기간’이라는 표현은 처음 본다. 이는 현 정부가 내린 지침으로 국가애도기간에는 참사와 무관하게 예정되었던 문화행사와 단체활동을 중단하게 되어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며 ‘가만 있으라’는 것이었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가만 있으라고 말하는 것, 이것은 2014년 그때와 같다.
축제가 있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은 당연했다. 주말에, 서울에,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나가기 좋은 날씨의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는 끌어안고 있던 혼자만의 과제를 끝내고 나갔을 수도, 누군가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축제를 구경하러, 또 누구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정한 약속장소로 공교롭게 그곳에 향했을 수도 있다. 이태원이란 애초에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가끔 이상한 구석에서 상상력이 야박하다. 기사 댓글에 그럴 줄 몰랐냐는 것이다. 그곳에 왜 갔느냐고, 이미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타박한다. 이 또한 묘한 기시감이 든다. 그러게 왜 그렇게 짧은 옷을 입었냐고, 맞을 짓을 했지 않느냐고.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려 2차가해를 하는 것 또한 지금껏 봐왔던 여느 장면과 같다.
이태원 참사는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총정리라도 한듯 쪽집게강의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유가족이 먼저 찾기도 전에, 지인의 빈소라도 방문한듯 보란듯이 조문 사진을 찍어 보도하는 현 정부의 행태를 보면, 폭력의 쪽집게 강의 아니 쪽집게 도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2014년에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많은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정부는, 마치 무어라 말할지 시간을 끌듯 우리에게 가만 있으라고 한다. 가만 있었던 결과는 어떠했나? 그 결과는 이미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가만 있지 않을 것이며 두고 볼 것이며 그들이 응답할 때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지나 11월이 되었다. 그들은 당연히 11월을 맞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크리스마스에 약속을 했을지도 모른다. 10월이 끝났다니, 시간 참 빠르다 혹은 내일 주말이니까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11월도, 크리스마스 약속도, 내일도 지켜내지 못함에 죄스럽고 미안하고 분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