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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말야 Feb 22. 2021

해피 뉴 이음매

새해 버프가 무뎌져 버린 우리에게

해피 뉴 이음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해란 제 스스로 의미를 가졌다기 보단 의지가 약한 인간이라는 종이 다시금 빠이팅을 다지고자 억지로 만들어낸 이음매,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 같은 인간은 그런 이음매쯤은 개의치 않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게을러서 그냥, 그저 그렇게 시간의 연장선 위를 걷고 있다. 다만 해피 뉴 이어,라고 실컷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시즌이기에 쉼 없이 말하고 있다. 메일에도 메신저에도 면전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얘기를 나도 들을 수 있지. 나는 그렇게 복을 흡수할 거야.


말은 다소 냉소적인 척했지만 새해 미신은 지독하게 믿는 편이라 새해 첫날 들을 곡을 고심했다. 주변의 추천(... 오타쿠 메이트)으로 스트레이 키즈의 승전가를 들었고 올해는 다 이겨버려 승리하는 한 해가 되길.
(여담이지만 새해 첫곡 미신을 꽤 믿게 된 계기는 작년 새해 첫곡을 실수로 이기찬의 감기를 들어버렸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새해 첫날보다는 한해의  마지막 날에 유독 찡했다. 작년 잔인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딱 올해까지만 살자 올해까지만 버텨보자 뇌까리며 누워있었는데 스스로 리미트라도 걸어둔 것 같았던 그 시간을 막상 지나니 신기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정말 생이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치킨 먹고 맥주 마시고 까무룩 잠들고 일어나니 해가 바뀌어 있었다. 카운트다운을 하든 못하든, 마음의 준비를 하든 못하든, 다음 해는 밝았고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생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스물몇 개의 시간의 이음매들을 꾸준히 착실하게 지나오고 있었다. 다음 이음매까지 얼마나 행복하지, 얼마나 슬프고 괴로울지, 얼마나 좌절스러울지, 혹은 얼마나 이루어낼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착실히 다음 이음매까지 걸어갈 예정이다. 해피 뉴 이음매.


*이음새는 이음매의 비표준어라고 한다. 실컷 이음새로 써놓고 찾아보고 알았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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