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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Nov 06. 2021

오징어게임과 한류에 가려진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

한국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인종차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한국은 연일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외신들은 앞다투어 오징어 게임에 관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고, 소셜 미디어 상에는 리액션 영상이나 달고나 챌린지, 각종 패러디와, 또 최근엔 세계 곳곳에서 눈에 띈 할로윈 의상 사진들이 넘쳐난다.


BTS와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의 히트로 한국의 문화컨텐츠는 세계적으로 부상했고, 성공의 경험들이 하나씩 쌓여가며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문화 강국으로, 그리고 콘텐츠 강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전세계 세종학당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 대기자가 1만명 이상을 넘어섰고, 코로나가 끝나면 한국을 방문하게 될 관광객 수도 큰 폭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사는 누군가에게 한국은 동경의 나라,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고, 

한국인들은 화면 속 이미지처럼 멋있고, 친절하며 게다가 잘생기고, 예쁘기까지 한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을 실제로 방문한 외국인들은, 그리고 한국에 부푼 꿈을 안고와 정착해 살아가는 외국인들은 ‘화면 속의 멋있는 한국인들'을 만났을까?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 276번으로 출연했던 필리핀 배우 '크리스찬 라가힐'씨는 최근 <아시안 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겪었던 인종차별 경험에 대해 털어놓았다. 


크리스찬 라가힐 배우 인스타그램 (사진 오른쪽이 라가힐 배우)


“마을 버스를 탔는데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계속 저를 쳐다봤어요. 처음엔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제 앞에 있던 학생들을 쳐다보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몇 분이 지나고, 무언가 얼굴을 쎄게 때려 깜짝 놀랐어요. 아주머니가 제 얼굴에 양배추를 던진 거에요. 쓰고 있던 안경이 양배추를 맞고 바닥에 떨어졌고, 앞이 보이지 않아 곧바로 주웠지만 이미 부러져 있었어요. 

버스를 내리기 전까지도 아주머니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은 모두 나쁜 사람'이라며 제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소리쳤어요. 속으로는 울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거에요.”



해당 인터뷰 영상은 글 발행일 기준 조회수 30만이 넘었고,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져갔다.


한국 드라마 팬 커뮤니티인 <Korean Drama Best Scenes>에 공유된 라가힐 배우의 인터뷰 내용은 9만회 이상 공유되었고, 해외 팬들은 한국에 실망이라는 댓글들을 쏟아냈다.



"내가 아는 드라마 속 한국의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놀랍고 실망이다.”


“언젠가 한국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 한국을 좋아하지 말아야겠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필리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으로 성공했다.

필리핀 시청자들이 아니었으면 한국 드라마는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거다."



실제로 이들 말처럼 현재 한국 컨텐츠의 인기는 그냥 얻어진게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미와 유럽에서도 한국 컨텐츠가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한류의 초창기부터 줄곧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의 문화콘텐츠 수출은 절반 이상 아시아권 나라들에 크게 의존해왔다.


이들의 지지가 없었으면 지금의 한류도, 오징어 게임도 없었을 수도 있다.






놀라운 것은 한국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나뉘고, 그 안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MBN에서 방영된 <국제부부2>에서는 한국 여성과 이란 남성 커플이 출연해 곧 태어날 혼혈 아이의 양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부부는 혼혈인 아이가 한국에서 자라며 왕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패널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미국, 미얀마, 터키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출연진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과 의견을 나누었다.


여기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출신의 서구권 패널들은 한국 정착의 삶과 유년기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기억하며 2세들의 한국 생활에 대해서도 다른 패널들에 비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듯 보였다.


하지만 미얀마 출신 패널의 의견은 달랐다. 

한국에서 존중을 받고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노란 머리와 파란 눈의 서양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그녀는 동남아 출신으로서 한국에서 겪었던 인종차별 경험에 대해 나누며 “혼혈이라는 세계 안에서도 국적에 따른 차별이 또 존재한다"고 냉혹한 현실을 지적했다.



터키 최초의 한국 특파원 출신인 알파고 시나 씨도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소신 발언을 보탰다.


일단 부르는 단어부터 다르다.
한국에서는 서구권 사람과 결혼하면 '국제 부부',
동남아나 중동, 중앙아시아 사람과 결혼하면 '다문화 가정'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고 있는 단어에서부터 피부색과 출신 국가로 차별하는 사회적 편견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한류의 인기와 한국 컨텐츠의 세계적 부상으로 앞으로 향후 한국은 점차 더 많은 수의 외국인 유입을 맞이할 것이고, 그들은 단기 여행부터 교환학생, 연수, 유학, 취업, 이주, 등 다양한 형태로 한국에 발을 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수치는 지금까지 한국이 겪어보지 못했던 규모가 될 수도 있다.


이제 한국은 세계 문화강국으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 모두 함께 갖추게 된 국가로서 국가 브랜드와 지위에 걸맞는 ‘품위’과 ‘시민 의식', 그리고 ‘매너’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서양 국가들에게 “Stop Asian Hate (아시안 차별 반대)"를 목놓아 외쳤던 우리는 한국 내의 또 다른 약자들에게 똑같은 차별을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미디어에 비춰지는 화려한 한국의 겉모습 속에, 수준 높은 국민들의 성품과 겸양으로 세계인들에게 더 오래도록 사랑받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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