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동안 빠지지 않고 매일 미션을 해왔다. 오늘 미션까지 포함한다면 30일까지 이제 4일이 남았다. 남은 날들에 어떤 미션들이 하루하루 주어질지에 대해서는 이목이 집중되어 있고 촉각이 곤두서는 것 같다. 이제까지 베이스를 잘 깔아오는 연습을 했다면 남은 시간 동안 어떤 미션이 있냐에 따라서 어떻게 마무리될지가 달려있는 것도 같다.
오늘의 미션은 기존에 해봤던 것처럼 스케일 발성 연습이었는데 이번엔 다른 발음으로 발음을 하는 것이었다. 제시된 단어는 '꾹'과 '뻡'이다. 역시나 심상치 않은 발음들이다. 이렇게 두 발음으로 각각 스케일 5바퀴씩 돌아 녹음을 하면, 다음 미션은 '니가 없는 거리에는'이라는 노래 가사를 20번 하는 것. 이제껏 미션을 해오면서 각자가 노래를 선정해서 1절을 부르는 미션을 제외하고, 선생님께서 특정 곡을 미션으로 정해주시는 경우가 이번이 세 번째인데 그중에 두 번이 성시경의 '거리에서'라는 노래의 소절이다.
'거리에서'라는 노래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쯤에 나왔던 노래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으로 본다면 오래된 발라드이고 요즘 트렌드에만 발맞추어 곡을 듣거나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곡은 어찌 보면 고리타분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이 곡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워낙 익숙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도 어느 정도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한 때 유행했던 곡이지만, 밀려오는 신곡들이 워낙 많으니까. 나의 이와 같은 조잡하고 가벼운 생각들과 다르게 이 곡의 특정 부분이 미션에 나올 때마다 그 노래와 그 가사에 특별한 집중을 기울이게 되면서 '거리에서'라는 곡이 보컬레슨으로 훌륭한(?) 곡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교만했던 나의 마음에 대해서 돌아보고 곡을 하나하나 씹어서 접근하시는 보컬교육자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보컬 트레이너들은 어떤 곡이든 하나하나 다 소중하구나 하는 깨달음은 그들이 노래에 대한 판단이나 차별성 없이, 노래에 대해 진정으로 진심이라는 중요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거리에서' 미션을 완료하고 내친김에 오늘의 미션곡으로 '거리에서_성시경'을 불렀다. 첫 소절을 연습하고 바로 이 노래를 부르니 감정선이 연결되는 것 같아 알 수 없게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오늘 미션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