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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an 30. 2021

낯선 독일, 내 집은 어디에

독일에서 집 구하기

독일에 도착해서 나를 가장 초조하게 만든 것은 바로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호텔을 예약해 준 한 달(4주) 내에 집을 구하고 이사까지 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오래 살 수 있을 만큼 마음에 들고, 비싸지 않은 곳이여야 한다는 것까지.


독일의 거주 형태는 월세 혹은 본인 소유, 2가지 경우만 있고 한국의 전세와 같은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월세라고 하더라도, 중간에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거나 나가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월세 계약을 하고 있다.

보통 매물이 뜨면 집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정해진 날짜, 시간에 방문해서 여러 팀이 함께 집을 구경하고, 계약을 하고 싶다면 신청서를 작성한다. 세입자를 중간에 쫓아낼 수 없기 때문에, 주인이 면접 보듯이 세입자를 고른다. 직업이나 월급, 재정상태에 대한 증명은 당연히 필수적이고, 애완동물이 있는지, 악기를 연주하는지 등등 많은 조건을 심사한다.


이 동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도대체 어디에 집을 구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우선 회사 반경 20-30km를 찍어서 대충 도시를 몇 개 골랐다. 회사가 위치한 도시는 너무 삭막해서 제외.

그러고 나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은

    -. 혼자 살기에 위험하지 않을 것

    -. 부엌이 갖춰져 있을 것 (독일에는 직접 싱크대 등을 짜넣어야 하는 '빈' 부엌도 많다)

    -. 큰 마트나 쇼핑몰이 주변에 적어도 하나 있을 것

    -. 병원, 필라테스 스튜디오, 영화관 등의 편의시설이 있을 것

    -. 독일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예쁜 도시 일 것

    -. 강이나 호수, 공원 등이 가까울 것

정도였고, 고맙게도 동료들에게도 조언을 얻어서 동네를 고를 수 있었다.


사실 도시가 강가에 있다는 점, 너무 예쁜 성이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처음에 다녀온 곳은 위치도 좋고, 깨끗한데, 지붕 바로 아래 집이라 자칫 잘못하면 천장에 부딪칠 것 같은 침실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창문 손잡이가 너무 높이 달려서, 키가 작은 나는 발받침이 없으면 창문을 열고 닫을 수가 없다. 월세도 비싼 편이라 그냥 패스하는 걸로 결정.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지'라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그다음에 보러 간 집은 회사에서 차로 12분 거리라, 아주 좋은 집은 아니지만 좀 탐나는 아이였다. 이미 부동산 중개인이 세입자 후보들의 신청서를 한 뭉태기로 들고 있다. 아무리 내가 회사에 종신계약(permanent contract, 우리식으로는 정규직이랄까)이 되어있고, 애완동물도, 아이도 없다고 하더라도 열댓 명을 제치고 이 집을 차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어쨌든 밑져야 본전이니까 신청서는 작성해서 제출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동안에도 너무너무 맘에 들어서 집을 안 보고도 계약할 수 있을 것 같은 집들이 있었는데, 이미 계약이 되었다 해서 실망하기도 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하다가도 돌아서서 쌓여있는 택배를 보면 다시 마음이 조급해지곤 했다.


그래도 나와 인연이 있는 집이 있는 것일까. 수 차례 더 집을 보러 다녀온 후, 드디어 나를 1순위로 뽑아준 집을 만나게 되었다. 조금 오래되었지만 햇볕이 매우 잘 들고, 접근성도 좋고, 공원, 마트, 빵집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가깝다. 생각했던 것보다 저렴한 월세까지 마음에 꼭 들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4주 안에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월세의 3배인 보증금을 내고, 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 사본을 보내고, 집주인이 요구한 Hausratversicherung (집 살림 보험, 거주 공간 내에서 물건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장해주는 보험)까지 가입하고 나서야.


낯선 곳에서 나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나의 집,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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