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아파트 거주가 대부분이라 쉽게 주택 지하실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초등학교 취학 전 나의 아지트이기도 했던 외갓집 지하실은 숨고 놀기 좋고 희한한 옛날 잡동사니 물건들 보는 재미와 가끔씩 이모 삼촌들에게 읽어달라고 조른던 옛닐 잡지와 헌동화책이 나오는 신기한 보물섬이었다.
가장 압권인 기억은 할머니의 환갑 잔치날이었는데 , 그 허름한 나의 아지트가 깔끔히 정리가 되어 노란 동그란 알전구를 연결하여 환히 지하실을 밝히고 맛있는 전도 부치고 온갖 음식도 만들며 다 만들어진 음식은 진열해 놓고 부엌과 통하는 지하쪽문을 열어 손님들이 올 때마다 내가던 모습이었다.
이 허름한 장소가 그 때 만큼은 임금님 수랏간 같이 복닥복닥하고 진기한 음식들과 식욕을 돗구는 냄새들로 풍미 가득한 장소가 되다니 어린 나는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와 신이 날 뿐이었다.
그날 나는 손님들이 다 먹고 난 상의 남은 음식인 낙지에 취미를 붙여 고추장에 낙지를 찍어 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두살 배기 동생은 잡채 국수에 취미를 붙여 한 손으론 상을 짚고 또 한 손으로는 잡채국수를 손가락으로 그러모아 입으로 넣기에 바빠서 엄마를 찾으며 징징거리지도 않고 오줌도 안 싸는 착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엄청 바쁜 어머니에게는 이렇게 바쁜 두 아이의 부재가 엄청 다행한 일이 었다.
결국 다음날 나는 배탈이 나서 울고 불고 병원을 찾느라 난리 굿을 쳤지만 말이다.
이제 또 그렇게 풍요롭고 사돈의 팔촌까지 다 찾아와 주는 행복한 잔치 날을 살아 생전 맞아 볼 수 있을까? 얼마 전 다시 외갓집을 찾아가 보았다. 옛 모습은 하나도 없고 덩그마니 시설렁하게 2층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그 날 오셨던 외할머니의 친형제와 사촌들과 자식들, 어머니의 친가와 외가분들, 그리고 어머니와 이모 삼촌들의 친구들까지 덕담을 나누는 여유로운 사람들과 풍요로운 음식들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나의 아지트 놀이터 지하실의 밝고 환한 공간쓰임새의 대전환극의 그날...
아직도 그날 의 기억은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