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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율 Feb 04. 2024

복직 전날

육아휴직 엄마의 그날




복직 전 날.

말 그대로 집도 내 마음도, 집안의 물건들도 모두 난장판이다.


한없이 침전해 내려가고 있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일부터 더욱더 난장판이 될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별로 없을지 모르므로

아니 그럴 것이 확실하므로,

내 손이 가지 않더라도 집이 유지될 수 있도록

물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고,

미리미리 구석구석 집을 치워놓아야 한다.

하루종일 끊임없이 움직였는데도 정리할 것들은 여전히 줄지어 늘어서 있다.

모두가 느긋한데, 나만 몸도 마음도 바쁘다.


아침은 전쟁이므로, 날씨를 확인 후 일주일 출근복을 좌르르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첫째는 자기가 스스로 옷을 골라야만 하니 포기하고,

둘째는 대충 비슷한 두께의 옷들을 서랍 앞쪽에 정리해 둔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가 비슷한 스타일의 옷들을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옷을 고르는 시간을 줄이고 아침 시간 고민을 줄여주는 것.

처음 그 소리를 듣고 무릎을 탁 쳤더랬다.




첫 복직 시기, 아침마다 옷을 고르지 못해

정말로 옷걸이 맨 앞쪽의 서너 벌만 반복해 입었고,

결국 추레한 차림새로 귀결되었다. 계절마다 바뀌는 옷을 정리하고 걸고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아이는 아침마다 다리에 매달려서 한 다리에 달고, 다른 다리에 옷을 꿰어 입고, 아이를 다른 쪽 다리에 겨우 옮긴 뒤 나머지 옷을 입던 일상이었다.

내겐 잘 입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입고만 가도 성공인 아침이었다.

입사초기 나름 패션을 신경 썼던 나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엔 그런 추레한 차림새로 귀결되지 않기로 다짐한다. 피곤하면 제일 먼저 무너지는 게 옷차림이지만 이번에는 신경 쓴 듯 보여보자고.

가지고 있는 옷들 중 회사에 입고 갈 만한 옷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개중에 멋진 옷들을 일주일치 세워놓는다.










 첫째에게는 한 주 동안 유치원 셔틀을 내린 후 스스로 학원에 가도록 연습시켰다. 학원 시간이 애매해 학원에서 한 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하지만, 가까운 학원이 많지 않아 선택지가 없었다. 한 시간 정도 대기 후 수업을 듣고 다른 학원으로 이동후 스스로 집에 오는 일정이다.

며칠을 연습시키고 혹시 몰라 핸드폰도 개통해 주었다.


이제 내일부터 남편이 잠든 둘째를 안고 차에 타면, 나는 운전을 해서 다 같이 첫째의 유치원에 가야 한다. 남편이 둘째를 안고 차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첫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다시 둘째 어린이집으로 향해야 한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인수인계하고 나면 각자 출근이다.

차가 밀리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 새로운 시작이다 보니 여유 있게 출근하려면 아침마다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복직 며칠 전 급하게 모셔왔던 선생님은 내일부턴 혼자 둘째의 하원과 아이들 저녁을 챙기셔야 한다. 처음 해보시는 거라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제발 오래오래 해주셔야 할 텐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아이들의 하원을 도와줄 선생님도,

첫째의 학원스케줄도,

두 아이의 등원스케줄도 모두 정리가 되었는데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복직 전날이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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