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적어놓은 글. 어디에서 배껴두었는지, 내가 썼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어디에서 배낀 것 같다. 곱씹을만한 글이므로 옮겨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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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사고의 물질화다. 우리의 사고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비물질의 형태를 띄지만 글을 통해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물질화시킨다. 즉,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던 어떤 것을 현실로 불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마법과 비슷하다. 글은 일종의 마법이다. 마법사를 상상해보자. 그는 그가 상상하는 것이 무엇이든 소환해낼 수 있다. 돼지면 돼지, 용이면 용, 황금이면 황금을 소환해 낼 수 있다. 실력과 수련을 갖춘 마법사라면 상상한 무엇이든 소환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 수습마법사가 있다. 그는 마법사의 피를 물려받아 어느정도 마법을 부릴 수 있지만 실력이 완전하지는 않다. 그래서 실수를 저지른다. 그는 돼지면 머리는 개이고 꼬리는 돼지인 괴상한 생물, 용이면 뱀, 황금이면 노란색 다른 물건을 소환해 낸다. 상상한 것을 현실로 불러들이는 데 서툴다.
당신이 이 수습 마법사의 지도를 맡았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무엇이 원인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상상을 현실로 제대로 불러올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일 것이다.
상황을 바꾸어 보자. 우리는 모두 인간의 후예라서 글쓰기의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글쓰기가 쉽지만은 않다. 숙련된 작가들은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현실로 가져온다. 그 글은 재미있기도 하고 지혜도 담겨있으며 무엇보다 작가가 상상한 그대로의 모습으로 현실에 소환된다.
수습 작가인 우리들은 어떠한가? 용을 그리면 뱀이 나오고 돼지를 그리면 개가 나오고, 황금을 그리면 돌이 나온다.
자. 수습 작가인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수련해야 하는가?
1. 생각을 단단히 하라.
목적 없이 떠도는 생각은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생각은 떠도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생각은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생각은 어디로든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목적이 없는 생각은 어떻게 되는가? 이리저리 떠돌다가 엉뚱한 곳에 머물 것이다. 아무리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고 맞춤법이 엉망이어도 목적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모로 가도 서울로 가게 될 것이다.
글을 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생각을 단단히 해야 한다. 글의 결론은 무엇인가? 이 글은 왜 쓰는 것인가? 이 글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그리고 목적을 분명히 했다면 흔들리지 말라. 멀리 가지도 말라. 그저 그 목적을 향해 생각이 행진하도록 한다.
2. 생각의 경로를 정확히 하라.
글은 독자에게 생각의 경로를 밝히는 일이다. 독자는 글을 통해 마치 지도를 읽듯 목적지까지의 최단경로를 원한다. 나아가는 그 길은 정확해야 한다. 구불구불 꼬아서도 안되고 불필요한 비포장도로를 따라가서도 안되며 목적지로 향하는 최단거리의 가장 좋은 도로를 따라 달려야 한다.
난잡하고 복잡한 글을 쓰는 이유는 생각이 명료하지 않은 까닭이다. 명료한 생각이 쉽고 정확한 글을 만든다. 독자가 목적지까지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생각의 경로를 정확히 하라.
3. 제대로 소환하라.
소환하려는 대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돼지를 모르고 돼지를 소환할 수 없듯이, 쓰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 그것에 대해 쓸 수 없다.
돼지를 소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돼지의 생물학적 이해나 해부를 하지 않아도 그것을 면밀히 관찰하고 경험한다면 돼지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심상을 정확히 갖고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료를 수집하고 한 편의 글로 가공할 수준의 면밀한 관찰과 지식이 있다면 충분하다. 대상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소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글쓰기 초보에게 권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글쓰기는 마법과 같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것을 소환하는 일이다. 그리고 독자에게 보이는 일이다. 쓰기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단단히 하고 목적을 분명히 하라.생각의 경로를 정확히 하라. 쓰려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알아라. 이정도면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다. 당신도 글을 쓰는 마법사의 후예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