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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욱 Jun 24. 2024

38세 이도윤 #6

 이도윤은 담뱃갑을 흔들어보았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담배를 사러 나가야 하나.. 한참을 생각했다. 이도윤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집을 나서지 않은 지 정확히 52시간이 지났다. 지난 퇴근 이후로 이 조그마한 슈퍼싱글침대 바깥으로 나간 적은 배달음식을 가져올 때와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뿐이다. 그 이외의 시간은 누워있었다. 얌전히 누워 충전기를 연결한 핸드폰을 만지작하는 것과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고 잠에 드는 일이 전부였다. 잠을 자다가 깬다. 깨었다가 잠에 든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핸드폰을 만진다.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인스타를 보거나 한다.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그날 올라온 모든 글을 훑어본다. 요란한 광고의 모바일 게임을 다운로드하여 요금지불을 강요받기 직전까지 이것저것 플레이한다. 인스타를 켜고 게시물을 스크롤한다. 스크롤에 한계가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 오늘의 움직임은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뿐이다. 하루에 일곱 번 남짓. 그 외에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하는 이도윤이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며칠 흘려보내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았다. 엄마에게 오는 전화 몇 통을 무시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나의 일과를 샅샅이 읽고 나서 이토록 한심한 나를 알아볼 것만 같았다. 그게 무서웠다.


 그래서 담배를 사러 나가야 하나. 내가 담배를 살 수 있을까. 도윤은 한참 생각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알아보면 어쩌지. 헹여나 직장동료가 근처를 지나가지는 않을까. 옆집 사는 사람이 나를 알아보지는 않을까. 경비아저씨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수많은 생각들이 도윤의 머릿속을 개미처럼 기어 다녔다. 


 도윤의 걱정과 생각을 이기는 것은 도윤의 중독이었다. 그는 삼십여분 쯤 누워있다가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이틀 동안 씻지 않은 머리를 모자로 감춘 채,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는 편의점에 갔다. 그리고 말했다. 


 “던힐 하나 주세요...”     


 이상했다. 도윤은 꿈이 컸다. 한때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차별과 불공평으로 가득 찬 세상을. 그다음엔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 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었다. 부자아빠로 살고 싶었다. 그러다가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용히 술값을 계산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고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읽었다. 그러다가 사람을 알고 싶었다. 아들러와 프로이트를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를 움직이는 것은 사상도 욕심도 철학도 지식도 아니라 오직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충동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그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게 도윤을 더 괴롭게 했다. 분명 노력했고 시간을 관리했었고 꿈을 가졌었고 생각을 달리했었는데 결국 자신을 움직이는 것은 싸구려 충동뿐인지.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 원대한 가치와 지식이 아니라 순간의 갈증과 충동과 불편함뿐인지. 그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아찔한 간격이 그에게 생각을 물고 왔다.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도저히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모든 일은 조그마한 싱글침대에서 이틀에 걸쳐 벌어졌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월요일이었다. 그는 왜 일을 나가야 하는지 몰랐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되도록 일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샤워기가 쏟아내는 물을 정수리에 들이부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났다. 지난 주말도 이러했다. 다음 주말도 이럴 것이다. 도윤은 수많은 질문을 했으나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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