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자유와 해방
이혼의 과정은 다행히도 생각보다 처절하거나 복잡하거나 공격적이고 폭력적이지 않았다.
그간 남편의 성향을 바탕으로 스스로 만든 두려움이 거대해서인지 이 정도면 무난하다...... 여겨질 정도였다.
돌아보면, 오히려 " 이혼하겠다." 선택을 내리기까지가 정말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던 거 같다. 스스로에게 카톡을 보내보기도 하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심장과 혼란스러움을 안정시켜 보느라 애썼다.
한동안 인터넷의 검색창이 이혼이란 단어로 불이 나고 있었고, 유튜브 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전문가가
이혼을 하기 전에 이혼한 후의 장점과 그렇지 않았을 때의 장점을 죽 적어보라는 조언대로 진지하게 해보기도 했다. 결국 정말 더 이상 살면 안 되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연달아 목격하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이 앞으로 1년 남았대. 그럼 어떤 선택을 할 거니?' 그랬더니, 더욱 명확한 결정이 내려졌다. 누구나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고 더 짧아질 수도 있는 일이니까.....
혹시라도 가족이나 지인 중에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이 있어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면, 유튜브에서 <서람 TV>를 찾아서 영상을 찾아보길 강하게 추천한다. 남편이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라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그 영상들을 보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스라이팅, 후버링 등등 보이는 여러 태도로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확신한 뒤로 남편을 대할 때마다 몰아치던 두려움들이 대폭 사라져서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었기 때문이다.
영상을 검색해서 보면서 나 말고도 나르시시스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혼도 합의가 안돼서 결국 소송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다행히 조정에서 일찍 마무리되었다. 남편이 돈이 좀 있는 편이었지만 몸도 좀 안 좋았고 그런 사람한테 잘 됐다고 돈을 끌어오고 싶지는 않아서 최소의 비용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더 지금 당당할 수 있는 것 같다.
평소 TV에서도 보던 그리고 유튜브에서도 자주 찾아보던 <아는 변호사>를 택했다. 비용 문제가 걱정이었지만, 안정성을 추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 또한 돌아보니, 소송 쪽으로 한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사람과 이혼을 준비 중이라면 합의보다 소송 쪽을 권하고 싶다. 그들의 말은 상대방이 황당하거나 허탈할 만큼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양육비에 대해서도 소송으로 했을 때는 법적장치가 있어서 상대방 쪽에서는 꼭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게 되는 것 같다.
이혼이란 산을 넘기 전에는 그 산은 정말 거대하고 공포스럽게만 보였다.
지금 돌아보니, 뒷동산 아니 아주 얕은 언덕배기처럼 여겨진다.
이혼신고 후 이사를 와서 얼마 후 일부러 주민등록등본을 떼어보았다. 세대주에 내 이름 석자가 박혀있었다. 이제부터는 자유롭게 하나 책임감을 가지고 네 인생을 살아가라는 임명장 같았다. 태어나 수십 년 우울하게 남의 인생 사는 듯 둥둥 떠다니면서 살던 나는 이제야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단단해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뿌리에 이제는 내가 직접 물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