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내연기관 차량을 구매할 때 사람들은 연비에 아주 민감합니다. 복합연비는 물론이고, 도심연비와 고속연비를 따로 놓고 비교하기도 하죠. 하지만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들은 연비(전비)에 덜 민감합니다. 전기차 충전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겠지만, 전기차 역시 효율이 중요합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전비가 좋은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죠.
일단 전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전비는 내연기관차의 연비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전력량으로 얼만큼 달릴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연비 단위인 ‘km/L’는 1L의 연료로 몇 km를 달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고, 전비 단위인 ‘km/kWh’는 1kWh로 몇 km를 달릴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비용으로 풀어내는 것이 좀 더 이해가 쉽겠네요. 연비 단위인 ‘km/L’는 1,612원(휘발유 기준)으로 몇 km를 달릴 수 있는지, 전비 ‘km/kWh’는 270원(완속충전 기준)으로 몇 km를 달릴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270원의 가치를 지닌 1kWh는 사실 꽤 큰 전력량입니다. 에어컨 4~90분, 냉장고 15시간 정도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니까요. 이 정도 전력량으로 전기차는 약 5~6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럼 100km를 달리는데 드는 비용을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볼까요? 완속충전 단가를 1kWh당 270원으로 가정했을 때, 전비 6.0km/kWh의 전기차가 100km를 주행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4,500원입니다. 내연기관차는 어떨까요? 휘발유 가격을 1,612원으로 가정했을 때, 연비 19.4km/L의 하이브리드 세단이 100km를 주행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8,309원입니다.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해도 전기차가 약 1.8배 더 저렴하죠.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하면 많게는 3-4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무려 6.2㎞/kWh의 전비를 자랑하는 아이오닉 6는 국내 전기차 중 가장 높은 효율을 자랑합니다. 1회 충전 주행거리 역시 국내에서 가장 긴 524km(롱레인지 2WD 기준)에 달하죠.
단순히 스펙 상의 숫자가 아닙니다. 2024년 미국 환경보호청이 발표한 ‘가장 연료 효율이 높은 전기차’, 독일 운전자 클럽(ADAC, Allgemeiner Deutscher Automobil-Club)이 선정한 ‘최고의 전기차’에 오르는 등 세계 각국에서 실제 주행을 통해 효율을 검증받았습니다.
아이오닉 6의 높은 효율에는 디자인도 한 몫 차지했습니다. 조약돌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차체 실루엣, 액티브 에어 플랩, 디지털 사이드미러, 타원형 리어 스포일러를 통해 역대 현대차 중 가장 낮은 0.21CD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할 수 있었죠.
아이오닉 6의 뛰어난 효율과 긴 주행 거리는 장거리 주행이 많거나 충전의 번거로움이 싫은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긴 휠베이스와 탄탄한 승차감, 편안한 시트 등에서 오는 수준 높은 주행 감각은 더 멀리까지 달리고 싶은 마음을 부추깁니다.
소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도 5.6㎞/kWh의 높은 전비를 자랑합니다. 아이오닉 6와 테슬라 모델 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경차 기반의 작은 차체와 가벼운 무게가 일상 주행에서 높은 에너지 효율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비결이죠.
캐스퍼 일렉트릭은 단순히 작고 가벼운 차체만이 강점은 아닙니다. 경쟁모델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적용하는 한편, 동급 최고 수준의 49kWh 배터리를 탑재해 강점을 극대화했죠. 기존 캐스퍼의 차체를 약간 늘리며 배터리의 용량도 키운 덕분에 1회 충전 주행 거리도 315km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차체가 가지는 장점은 또 있습니다. 실내 공간입니다. 2열 공간이 기존 캐스퍼 대비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1, 2열 폴딩과 리클라이닝, 슬라이딩까지 가능해 공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내 곳곳에는 쓰임새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전용 액세서리도 부착할 수 있어 실용성도 높였죠.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격은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2,990만 원(세제혜택 후 가격)부터 시작됩니다. 효율과 실속을 모두 잡은 전기차라 할 수 있어요. 첫 전기차 혹은 똘똘한 세컨카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훌륭한 선택이 될 겁니다.
코나 일렉트릭 역시 5.5㎞/kWh의 높은 전비를 보여줍니다. 전기차 개발을 염두에 둔 플랫폼 적용과 최적화를 통해 뛰어난 효율을 달성했죠.
코나 일렉트릭은 덩치가 작은 캐스퍼 일렉트릭 수준의 전비를 더 큰 차체로 구현합니다. 게다가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417km입니다. 전기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을 일체화해 부피와 무게를 줄인 PE 시스템 적용으로 효율을 높이는 한편, 64.8kWh 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덕분입니다. 그러면서도 전보다 더 커진 차체를 가볍게 다루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55Nm의 당당한 모터 성능도 갖추고 있죠. 더 큰 차체, 더 강력한 힘, 더 오래 가는 배터리를 지니면서도 경쟁 모델과 비교해 더 훌륭한 전비를 보여준다는 점이 코나 일렉트릭이 지닌 장점입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전비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17km에 달하는데 이는 일체형 PE 시스템(전기모터, 인버터, 감속기 일체화)과 64.8kWh 배터리 덕분입니다. 150kW의 최고출력과 255Nm의 최대토크로 강력한 성능도 갖췄습니다. 크기와 성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쟁 모델과 비교해 더 훌륭한 전비를 보여준다는 것이 코나 일렉트릭의 장점입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도심과 자연, 일상과 여행, 모든 영역에서 두루 쓰기 좋은 만능형 전기차입니다. 게다가 크기와 성능, 편의성 등 종합적인 완성도와 밸런스를 감안하면 4,142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운전자가 조금만 신경 쓰면 더 높은 전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주행 습관과 차량의 기능을 활용하면 주행 거리가 늘어나고 충전 비용도 절감할 수 있죠.
우선, 회생제동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세요. 회생제동은 운전대 뒤쪽의 +/- 패들을 통해 감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단계를 높일수록 제동력이 강해져 충전량이 늘어납니다.
정속 주행 비중이 높은 고속도로 등에서는 회생제동의 영향이 제한적입니다. 무작정 단계를 높이기보다 스마트 회생제동(전방 교통 흐름과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 운전자 감속 패턴 등을 바탕으로 회생제동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사용하면 더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합니다.
정속주행이 가능한 도로에서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의 첨단 기능도 사용해 보세요. 운전자가 직접 페달을 조작하는 것보다 차량이 직접 출력과 가감속을 제어하는 것이 전비에는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역시 급가속은 금물입니다. 급가속은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전비 저하로 직결됩니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아 점진적으로 가속하면 전력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과 히터 등 공조장치를 과하게 작동시키지 않는 것도 전력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공조장치의 온도를 적정하게 설정한 뒤 ‘AUTO’ 모드에 두면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혼자 운전할 때는 공조장치를 운전석 측에만 집중시키는 ‘DRIVER ONLY’ 모드로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가지, 타이어 공기압 확인입니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낮으면 구름 저항이 높아져 전비는 물론 안전성도 함께 떨어지게 되니까요. 계기판에 보이는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을 틈틈이 체크해 보세요.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차의 전비는 계속해서 향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의 아이오닉 6, 캐스퍼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은 최적화된 설계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운전자의 효율적인 주행 습관이 더해진다면, 전기차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