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 현대자동차의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인 ST1에 샤시캡 모델이 추가됐습니다. 지난 4월, 카고와 카고 냉동을 출시한 이후 추가된 신규 모델이죠. 그런데 상용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카고와 샤시캡이라는 단어도 조금 생소하실 겁니다.
최근 출시한 ST1 샤시캡은 차체 뼈대인 샤시와 캡(운전석 및 승객실)만 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뒤쪽에 화물 공간이 없습니다. 카고는 이미지에서 보는 것처럼 뒤쪽에 화물 공간이 있습니다. 카고 냉동은 말 그대로 화물 공간에 냉동 시스템이 들어간 형식입니다. 생각보다 쉽죠?
그러면 궁금하실 겁니다. ‘화물차가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어떻게 사용하라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죠. 맞습니다. 이 형태로는 화물차, 상용차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대차가 이렇게 뼈대만 판매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ST1을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말씀드렸죠. 즉, 이 차는 물류 파트너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과 확장성을 지닌 플랫폼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ST1 샤시캡은 뒤쪽 뼈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캠핑카가 될 수도 있고, 푸드 트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창의성을 무한대로 펼칠 수 있도록 뼈대 공간을 새하얀 도화지로 남겨둔 거죠. 그러면서 가격까지 낮췄습니다.
사실 이런 구성과 형식이 생소하기는 합니다. 이전까지 이런 차가 없었으니까요. ST1은 현대차가 처음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저상형 트럭 플랫폼입니다. 물론 소형 트럭 중에도 전기 트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소형 트럭은 ST1이 처음입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화물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우선 이 차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저상형입니다. 차체 높이가 낮다는 뜻이죠. ST1 카고 모델의 차체 높이가 2230mm로 보통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입제한 높이인 2300mm보다 낮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출입할 수 없어 손수레로 짐을 날라야 했던 택배 기사의 노고와 불편도 최소화했습니다. 차체가 낮다는 건 지상고가 낮아 짐을 싣고 내리기에도 편하다는 뜻입니다. 계단 하나만 오르면 바로 화물칸이 되는 거죠.
자!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저상형. ST1 샤시캡의 이 두 가지 특징은 무한한 확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적재공간을 어떻게 구성해도 배터리 등의 전력 시스템을 추가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ST1 샤시캡은 전력 및 제어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커넥터(플러그 앤 플레이) 그리고 실내외 V2L까지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캠핑카를 예로 들면, 일반 내연기관 캠핑카는 뒤의 거주공간을 위한 추가적인 전력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큰 비용이 발생하고 개조 시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ST1 샤시캡은 그럴 필요가 없죠. 76.1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배터리는 350kW 급속 충전으로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또 ST1 샤시캡은 실내외 V2L을 제공합니다. 자동차 내외부에서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으니 야외활동에서 편리를 제공합니다. 어쩌면 캠퍼들이 꿈꾸던 최고의 캠핑카 플랫폼일 겁니다.
또 저상형이기에 활용성에서도 큰 장점이 있죠. 뒤를 긴급 구난차로 구성한다고 가정해 볼까요? 몸이 불편한 환자나 노약자들을 더 쉽고 빠르게 싣고 내릴 수 있겠죠. 푸드 트럭이라면 손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습니다. 모바일 꽃가게는 어떨까요? 무거운 화분을 싣고 내리기 편할 겁니다.
저상형이란 무게 중심이 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ST1은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깔았습니다. 낮은 무게 중심은 좌우로 차체가 뒤뚱거리는 롤링 현상을 줄여줍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면 그만큼 주행 안정성이 높아지죠.
사실 ST1은 주행성능 개선을 위해 여러 노력이 더해진 모델입니다. 노면 충격으로 차체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뒷바퀴에 22mm의 리바운드 스토퍼(서스펜션이 최대로 압축된 후 급격히 펴지는 것을 방지하는 부품. 차량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반동을 줄여줍니다)도 달았습니다. 이를 통해 3단계로 출렁임을 줄이면서 승차감을 개선하고 차체 거동을 더욱 안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또 핸들링 개선을 위해 고출력 R-MDPS(Rack-Motor Driven Power Steering)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ST1은 휠베이스가 3.5미터에 달합니다. 화물차로 사용할 일이 많으니 좁은 골목을 다닐 때도 많겠죠.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핸들링이 필요합니다.
조용한 것도 ST1의 장점입니다. 이 차는 엔진이 없으니 엔진 소음과 진동에서 자유롭죠. 또 윈드실드엔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했습니다. 대시보드, 도어트림, 운전석 뒤 패널도 흡음재로 보강했습니다. 주행 중 풍절음을 줄이기 위해서죠.
결과적으로 ST1은 훌륭한 승차감에 조용한 실내 그리고 뛰어난 핸들링까지 지녔습니다. 굳이 화물차로만 사용할 목적이었다면 이런 구성과 개선까지는 필요 없었을 겁니다. 현대차는 ST1의 무한한 확장성을 고려해 거주성과 안락성도 고려한 겁니다.
현대차의 ST1은 단순한 물류 차량을 넘어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죠. 그 핵심은 유연성과 확장성입니다. ST1을 이동형 상점이나 팝업 매장으로 사용하면 소비자와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적재 공간을 이동형 병원이나 응급 대응 유닛으로 개조하면 재난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해 구호 작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의료시설이 낙후된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죠.
더불어 기술과 창의성이 더해지면 드론과 결합해 하이브리드 물류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적재공간에 드론 발사대와 드론 충전 시스템을 탑재해 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산간 및 도서 지역이나, 긴급 배송이 필요한 곳도 드론으로 전달할 수도 있겠죠.
현대 ST1 샤시캡은 단순히 화물을 실어 나르는 기능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핵심 기술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듈화로 구조 변화가 용이하고, 이미 IoT 기술이 접목됐으며, 자율주행이 적용되고 있죠. 여기에 사용자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더해지면 ST1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