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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Jul 05. 2024

상담사의 갬성일기

쪼물랑거리는 마음이 그리운 날. 

어쩌다 가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내 블로그에 

짧은 문장으로 일기를 적어두곤 한다. 

오랜만에 몇 년 전 일기를 읽어 내려가는데
 ‘졌다...’

라고 시작하는 일기에서 나의 시선은 오래 멈춰 있었다. 


졌다... 

아프지 않은 척하지 않을래.

이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아파할래...

너로 인해 배울래... 그리고 다른 내가 될래


그때의 나는 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뭐가 그토록 져주고 싶을 정도로 네가 좋았을까.

그러나 나는

너에게 지지 않았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나다워졌을 뿐이다.           


이제는 네가 그립지 않다.

그렇지만

그때의 내 마음..

나를 기꺼이 내버리고 싶은

그 마음이 그립다. 


네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너의 몸이 반응하는 수위로 그것을 느끼고 

네가 좋아하는 것과 슬퍼하는 것에 함께 울고 웃으며

결국엔..

네가 너의 전 인생을 통해 가려고 하는 삶의 목표지점을 향해

나도 그곳을 향해 너와 움직이고 싶은...     


그런 마음들이 다시 내게 찾아올까.     


나는 헛헛하게 웃었다. 

그리고 푸석해진 내 마음을 한 번 쓸어보았다. 

상처 받기 싫고

그래서 방어하는

나 외에 다른 것을 사랑하는 것이 버거운

이제는 일 센치도 움직이기 힘든

단단하게 굳어져버린 

돼지처럼 살이 붙은

내 마음.   

   

몸이 나이 드는 것보다 마음이 늙어가는 것이 더 슬프다.      



말랑말랑한

쪼물랑쪼물랑거리는

그런 마음들이 

그.

립.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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