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라보는 나만의 방법
체육특기생으로 대학교에 입학해 엘리트 유도 선수로 활동하던 때였습니다. 목표는 단 하나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유도를 시작했는데 그 시기에 유도를 시작한 사람이 만약 1,000명이라면 실업팀 입단까지 하는 사람은 그중 10~20명에 불과할 정도로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대회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그저 그런 선수였습니다. 설상가상 대학교 2학년 봄 훈련 중 무릎 부상을 당했습니다. 통증이 심해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전방 십자인대와 내측 인대가 파열됐고 연골이 심하게 찢어져 무조건 수술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바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했습니다. 2주간 무릎 수술을 2번이나 하는 큰 부상이었습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면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휠체어에서 일어설 수 있을 때쯤 재활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전혀 내 몸 같지 않은 다리의 신경을 찾으려 이리저리 움직이는 훈련부터 시작했습니다. 퇴원하고 학교에 돌아와서도 정식 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혼자 재활훈련에 매진했습니다. 다리가 멀쩡해지고 전국 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제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하며 훈련에 집중했습니다. 도복을 입고 유도를 다시 시작 한 날은 수술 후 7개월이 흐른 겨울이었습니다. 온전치 못했지만 다시 돌아왔다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2개월 후 다시 봄, 대학 전국 유도대회가 있었습니다. 아직 완전한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참가를 마음먹었습니다. 부상 전만큼은 아니지만 훈련량과 강도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시합이 다가올수록 컨디션은 제자리를 찾아갔고 시합 전날에는 부상당하기 전만큼 컨디션이 회복된 것을 느꼈습니다.
시합 당일입니다. 체중조절도 잘 됐고 무릎도 전혀 아프지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오늘까지 오면서 지난날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자신 있게 첫 번째 시합에 출전했습니다. 매트에 올라가 상대를 노려보며 시합은 시작됐습니다. 상대는 기습적으로 기술을 걸어왔고 저는 그것을 보고도 어찌 몸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상대의 첫 기술에 한판패를 당했고 걸린 시간은 단 7초였습니다. 패배를 하는데 걸린 시간이 단 7초입니다. 억울했습니다. 내가 한 노력은 절대 7초짜리가 아닌데 그래서인지 더 눈물이 났습니다. 경기장 건물 뒤편 구석에 앉아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이젠 정말 끝이라 생각했습니다. 눈물은 멈출 생각이 없었고 좌절과 분노에 어디로든지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제 세상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학교를 다니기 전부터 친구였고 유도도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시작해 중, 고등학교까지 함께 운동한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거리는 멀어졌지만 항상 연락하며 서로를 응원해 주었던 친구였습니다. 친구도 대회 참가 차 시합장에 있었고 저의 복귀 전을 보고 나서 구석에서 울고 있는 저를 찾아왔습니다. 친구는 제 옆에 가만히 앉아 있어주었습니다. 서러운 울음은 잦아들었지만 눈물과 함께 계속 한숨짓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친구 녀석이 입을 땠습니다. "겨우 유도 한번 진 거다. 인생 진거 아니다." 바보처럼 울고만 앉아있던 저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친구 앞에서 그때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의 말대로 수백 번 했던 시합 중에 그저 한 번의 시합이었을 뿐이었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던 것입니다. 유도선수의 의미까지 흔들렸던 나에게 친구의 한마디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을 180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해 가을 전국 대회였습니다. 공겨롭게도 7초 만에 저를 이긴 상대와 또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는 저의 한판승으로 봄에 진 빚을 되돌려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년 전 가을에 혼자 재활훈련을 하며 생생하게 상상했던 일은 결국 현실이 되었고 전국대회 결승에 올랐습니다. 결승전 연장 접전 끝에 판정 패를 당해 은메달에 그치긴 했지만 상상했던 만큼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친구의 말 한마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과연 반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때 창가를 보게 되면 감히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던 세상은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 작은 손바닥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든 세상이라는 것에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어떻게 벌어지든 저희 인생은 변함이 없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절대 이겨 낼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좌절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스스로를 자책하고 세상이 끝나 하늘이 무너진 기억이 있으신가요? 눈으로는 보지도 못하는 손바닥 안의 작디작은 일이라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