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임신 중이다. 내 나이는 올해 마흔. 만으로는 38살이다.
관공서 문서나 약봉지에 적힌 내 나이는 아직 서른여덟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이제 마흔인걸' 생각할 때가 많다.
둘째 임신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나도 남편도 심지어 찬이(첫째 아들)도 둘째를 바라지는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동생 데려올까?',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찬이에게 물어보았지만 찬이는 단 한 번도,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답은 한결같이 '노!'였다. 찬이의 한결같은 대답은 '둘째를 낳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확신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찬이가 여섯 살이던 2023년 10월에 나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선명하게 나온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은 나에게 당혹감과 당황스러움, 말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안겨주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남편한테 어떻게 말하지?'였다. 남편은 반가워하지 않을 소식이었다. 나 역시 임신이 반갑지는 않았다. 우리 부부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남편은 2025년이 되는 해에 육아휴직을 쓰고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싶어 했다. 나도 흔쾌히 찬성하고 그 뜻을 지지해 주었다. 해서 나는 2024년까지 박사학위를 따고, 임신과 출산, 육아로 단절되었던 내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나 역시도 사회적 자아를 회복해 내가 사랑하는 티칭의 자리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에 뜻하지 않은 임신은 좌절감과 절망감마저 느끼게 했다.
임신 사실을 처음 신랑에게 알렸을 때 신랑의 반응은 냉담했고 그 역시도 많이 혼란스러워 보였다. 자신이 세웠던 계획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 것에서 오는 당혹감과 짜증, 답답함 등이 공존했으리라. 나 역시 그러했으니까. 임신 극초기였던 나는 그때부터 이미 입덧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최악의 상태였다. 몸도 안 좋은 데다가 정신적으로도 혼란스럽고, 신랑의 반응마저 -물론 예상했지만- 냉담하니 신랑에게 서운한 마음도 치솟으면서 부부관계는 며칠 동안 냉랭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며칠이 지나고 우리는 솔직한 감정상태와 생각을 나누었고, 그것으로 관계는 조금씩 아물어갔다. 우리 둘 모두에게 뜻하지 않은 임신은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 생긴 생명을 잘 키워보기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우리는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고, 임신 사실을 서류로 증명받았다. 맨 처음 산부인과를 갔을 때가 3 주되었을 때고, 그때부터 나는 극심한 입덧 증상과 졸음, 컨디션 저하로 침대에 누워서 지냈다.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 모를 정도로, 그리고 여전히 복잡한 마음 상태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