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초보가 어깃장을 부리는 것만은 아닌데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고 했다. 자기 기량이 부족한 건 돌아보지 않고 연장이 허접하다고 불평해봤자 누워서 침 뱉기일 것이다. 그런데, 서투른 목수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좀 더 효율적인 연장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일까. 고도의 숙련자뿐만 아니라 초심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장의 기능성에 좀 더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생산자와 공급자의 책무 아닐까. 지난 6월 20일 대전서 진행된 대한당구연맹의 캐롬 종목 보수교육에 참여한 뒤 귀갓길에 든 의문이자 결론이었다.
당구연맹 3급 심판 자격증 획득과 이어진 보수교육 과정에서 알게 된 심판의 ‘실상’은 TV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달랐다. 스리쿠션 종목의 경우 녹화나 생중계되는 건 대부분 주요 경기이고, 따라서 주심 외에도 부심과 기록원 등이 배정되지만 통상은 심판 혼자 경기를 주관한다. 각 선수의 득점과 파울 여부 등을 판단하면서 누적 점수와 공수 교대, 이닝별 제한시간 시작과 멈춤 등 스코어보드의 제반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스코어보드 시스템과 연계된 무선 리모컨이다.
그런데 연맹이 공식 채택했다는 큐스코(Cuesco) 시스템의 리모컨은 어느 나라 제품인지 모르지만 좀 불만스러웠다. 엄지손가락 지문이 닿는 원형면이 TV 리모컨의 ‘OK’ 부분과 같은 형태로 돼 있는데 너무 밋밋했다. 중심 가장자리에 적절한 홈이 있어 엄지 감촉만으로도 중심 버튼과 상하좌우 등 5개 기능이 쉽게 구분되는 보통의 TV 리모컨과는 달랐다. 따라서 2개 부분이 동시에 눌려 오류가 발생하는 사례가 (초보 심판들이 실습할 당시) 잦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특정 부분을 누르면 ‘딸칵’하는 실행의 느낌이 나야 하는데,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는지 그런 기능은 탑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심판 리모컨 조작에 미숙한 초보의 억지스러운 불만 토로로 치부될 수도 있는 지적이다. 그냥 지나쳐도 되는 사소한 부분을 부풀려 문제시하고 있다는 혹자의 눈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숙련된 심판도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원활한 경기 진행에만 신경을 쓸 수 있다면, 성능 개선은 필수 아닐까. “예전에는 심판 리모컨이 훨씬 작아 조작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이라는 인식만 강요받는 것 또한 불만이 아닐 수 없다. 넋두리는 장황하지만 요점은 심플하다. 모종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을지, 있다면 언제쯤이나 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