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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스조선 Apr 10. 2023

해발 800m 북한산 정상엔 미세먼지가 적을까?



흔히 나무는 대기 오염물질을 빨아들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미세먼지가 심하더라도 산에 가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도가 높은 정상은 공기가 깨끗할 거라는 느낌도 든다. 산에 가면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기자가 북한산을 오르며 직접 측정해봤다.



탐방로 입구에서 잰 초미세먼지 농도. 인근 도심에 있는 측정소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사진=오상훈 기자

◇100m, 500m, 800m 올라도 똑같은 초미세먼지 수치

3월 28일, 대기 상태는 전날 예보대로 좋지 않았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경 북한산이 위치한 서울 은평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38㎍/㎥로 ‘나쁨(36~75㎍/㎥)’ 기준에 속했다.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멀리 있는 건물들이 뿌옇게 보였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 오후 12시경에 도착했다. 등산을 시작하기엔 비교적 늦은 시간대였는데도 등산로 입구를 통과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았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매우 나쁜 날만 아니면 평일 등산객 수가 일정하다고 말한다. 주말엔 미세먼지와 상관 없이 등산객들이 많다고 한다. 


입구에서 환경부 인증 간이측정기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더니 37㎍/㎥로 나타났다. 에어코리아로 등산로 입구와 가장 가까운 측정소 위치를 찾아보니 서울 은평구 진흥로에 위치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었다. 이곳 측정소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9㎍/㎥였다.


입구를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대서문을 지나 보리사라는 절까지 평탄한 길이 이어졌다. 그런데 보리사를 지나자 경사 급한 돌계단이 반복돼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니 지상의 아파트들이 미세먼지에 덮여 희끄무레했다.



미세먼지로 지표면이 뿌옇게 보인다./사진=오상훈 기자


북한산성코스는 정상인 백운대까지 오르는 코스 중 가장 험난하다고 하더니 실제로도 그랬다. 보리사 이후로 경사는 급해지기만 했다. 다리에 통증이 심해질 때 쯤 점심도 먹을 겸 잠시 쉬기로 했다. 휴대폰을 보니 2시가 안 된 시각, 고도는 약 500m였다. 간이측정기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7㎍/㎥,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측정소는 34㎍/㎥로 나타났다. 식사를 끝낸 뒤 한층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백운대를 향했다.



고도 500m 부근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37㎍/㎥로 나타났다./사진=오상훈 기자

백운대 인근은 안전 펜스가 없다면 오를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었다. 발을 헛디뎠을 때 벌어질 일을 상상하면 아찔했다. 두 팔로 펜스를 꼭 잡고 풀려버린 다리를 이끌며 꾸역꾸역 오르니 마침내 정상석과 태극기가 보였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잊지 않고 간이측정기를 작동하니 39㎍/㎥. 오늘 간이측정기 수치 중 가장 높았다. 반면, 같은 시각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측정소는 29㎍/㎥로 다소 감소해 있었다.




고도 800m 부근 정상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39㎍/㎥로 나타났다./사진=오상훈 기자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산은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곳 아니었다. 고도가 높아져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보다 산에서 더 높게 측정되는 경향도 보였다. 나무나 고도는 미세먼지 저감에 아무런 기여도 못하는 걸까?



◇나무가 미세먼지 줄이는 건 사실, “아직 이파리가 덜 자라서…”

일단 나무가 미세먼지를 잡아먹는 건 맞다.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광합성, 흡수, 흡착이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김현석 교수는 “확실히 실험실에서 연구해보면 나무가 없거나 죽어있을 때보다 살아있는 나무가 있을 때 미세먼지 농도가 더 빠르게 감소한다”며 “이는 광합성 지수와 연관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파리가 얇고 넓은 활엽수일수록 미세먼지 저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 산림에서는 그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김현석 교수는 “실제 산에서 실험해보면 실험실 결과와 비교했을 때 나무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산의 지형에 따른 공기 저항이나 대기 상태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지금 시점이라면 이파리가 덜 자란 것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 정체 심한 봄철 “산 오른다고 다른 공기 마주하긴 어렵다”

고도가 끼치는 영향도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은 내려간다. 바람과 같은 기류는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지표면에서 발생된 대기오염물질도 기류의 상승과 더불어 대기권으로 확산된다. 그런데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봄철엔 그렇지 않다. 경희대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김동술 교수는 “지표면이 차가운 상태에서 대기가 뜨거워지면 기온역전현상이 발생해 바람 등 기류가 정체된다”며 “이러면 고도와 상관없이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분포하게 되는데 산을 올라간다고 다른 공기를 마시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철에도 마찬가지다. 봄철엔 기온역전현상이라면 겨울철엔 낮은 대기 혼합고가 있다. 대기 혼합고는 일종의 공기층으로 그 아래의 대기는 섞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기 혼합고는 지표면으로부터 약 1000~2000m 높이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겨울철, 특히 야간에는 200~300m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배출 대기오염물질의 총량이 같더라도 대기 혼합고가 낮아지면 지표면 부근 오염물질의 농도는 그만큼 증가한다.


김동술 교수는 “기온역전 현상은 일교차가 클수록, 시간이 이를수록 심하게 나타난다”며 “사람은 비교적 차가운 공기를 쾌적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산에 오를수록 공기가 깨끗하다고 느낄 순 있지만 실제론 아닐 가능성이 크므로 대기오염 수치가 나쁘다면 산에도 가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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