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합니다.
그냥 그런 날 있잖아요.
괜히 감상에 젖어 불안도 후회도 슬픔도 우울도 추억도 행복도 한 번에 몰려오는..
감정이 복잡해지고 그 성질과는 상관없이 무겁게 마음을 누르는..
비가 와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오랜만에요.
그래서 오랜만에 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진짜 나와 내 마음을 꺼내 놓는 시간을 갖습니다.
사실 그간, 제가 참 어려워하지만 또 좋아하기도 하는 엉키고 설키고 복잡한 마음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열심히 일도 하고 사랑도 하고 이사도 하고 결혼도 했거든요.
상황이 너무 바쁘면 몸을 먼저 챙기게 됩니다.
매일 마음을 들여다보겠노라 했던 약속은 자꾸 내일로 미루게 됩니다.
기타와 음악도 잠시 넣어뒀습니다. 소재가 없으니 글도 잠시 쉬었고요.
핑계라고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말 정말 바쁘고 또 행복했거든요.
한바탕 폭풍 같던 날이 지나고, 지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의적 방학을 가졌습니다.
몸도 마음도 편하다 못해 무료한 상태여서 그런 걸까요?
오랜만에 복잡스러운 마음의 정하가 나왔나 봅니다.
그래서 기타는,
잡았다 놓았다 잡았다, 지금은 다시 놓은 상태입니다.
멋들어진 솜씨는 아니지만 기타 연주한 지 1년 조금 넘었을 때 기타를 치며 축가도 불렀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선생님과 함께 직접 녹음한 반주에 제 결혼식을 꾸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 나 이러면 행복해졌지. 다시 해봐야겠다.
한번 간직해 두면 언젠가 꺼내 쓸 일이 있더라고요.
오늘처럼요.
잠시 멈춰둔 것들 덕분에 복잡한 마음에 위로를 건넵니다.
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느라 많이 아팠던 어린 나에게 고맙다. 하고 싶습니다.
기타도, 음악도, 글도, 책도, 그림도. 좋은 취향을 잘 찾아서 간직해 둔
스물다섯의 나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잠시 멈춤은 있어도 끝냄은 없을 거예요. 서른 전에 앨범 내기도 그렇습니다.
서른이 넘어 만 나이 서른이라 우겨도. 하긴 할 거예요.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 같은 날이 다시 왔을 때 또 꺼내볼 수 있는 것들을 계속 만들어 두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