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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 Dec 19. 2021

기타 레슨 시작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제가 사랑하는 밀란 쿤데라가 그랬습니다.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다른 점은 지식의 폭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 차이다.’

독학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의 열정은 시켜서 배우거나, 배워야 해서 배우는 사람보다 훨씬 순수하고 강렬합니다. 지금까지 혼자 기타를 쳐보겠다고 하루에 몇 시간씩 고군분투 열심히였던 저처럼요. ‘혼자서라도 하겠어!’ 마음을 불태우는 것. 이것이 ‘생명력’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혼자 하다 보면 어쩌지 못하는 불안함이 생깁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물어볼 사람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익힌 것에 끊임없는 의심이 듭니다. 아무리 요즘 책이나 동영상 강의가 잘 되어있다고 해도 모르는 게 생겨나기 마련이니까요. 이것이 ‘신뢰감’의 차이입니다.

그러니까 독학자는 배움에 남다르게 몰입하지만 자신 있게 확신하지는 못한다는 거죠.



생명력과 신뢰감. 지금까지의 공부를 떠올려보면 이 두 가지가 모두 나타난 적은 정말 드뭅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이번에 기타를 배우면서는 둘 다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서른 전에 앨범을 내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생기니 마음이 꿈틀꿈틀. 열정이 대단했지요. 마음의 화력으로 혼자 공부한 첫 한 달 동안 꽤 많은 것을 익혔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사람들이 많이들 포기하는 바레 코드와 아르페지오도 곧 잘 해냈고, 그렇게 어려워 보이던 노래 부르며 기타 치는 것도 일주일 만에 성공했어요.

열정 하나로 혼자서 아이유 언니의 밤 편지 연주까지 해냈지만 확실히 자신감은 없었습니다. 제가 봐도 코드를 잡는 왼손 새끼손가락 폼이 너무 이상했거든요.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해결방법도 모르니 부끄러운 마음에 카메라에 최대한 잡히지 않게 촬영했어요. 심지어 스트로크는 하기 싫어서 시작도 안 했습니다.

단순한 취미라면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계속 혼자 쳤을 겁니다. 하지만 앨범을 내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니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길로 가야 했어요. 빙빙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편식 없이 정확히 배워야만 했지요. 그래서 바른 길을 알려 주실 좋은 선생님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고 본격적으로 교정에 들어갔습니다.

기타는 운지법을 숫자로 나타낸 타브 악보를 사용합니다. 기타 줄이 그려진 직관적인 악보라서 오선 악보보다 훨씬 연주하기 쉽습니다. 오선 악보를 볼 줄 모르고 어려워서 하기 싫었던 저에게 꿀단지 같은 소식이었지요. 그래서 일부러 타브 악보만 구입하고 그것만 찾아서 연주했어요.

하지만 첫 수업에서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작곡을 하려면 계이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말 무서웠지만 어쩔 수 없이 타브 악보로  얼렁뚱땅 치던 코드 연습을 잠시 멈추고 오선 악보를 보며 음표대로 한 음씩 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밤 편지에서 비행기로 다시 강등되었지요.


오선 악보(좌), 타브 악보(우)


음표를 볼 줄 모르니 음표가 나타내는 박자도 읽지 못했어요. 하지만 여섯 개의 줄을 한 번에 쓸어내리며 연주하는 스트로크 기법으로 기타를 치려면 박자를 읽을 줄 아야 합니다. 그래서 혼자서 배울 때 스트로크 곡은 절대 시도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작곡을 위해서는 박자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하니 스트로크 곡도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이 귀엽게 그려주신 음표를 보며 연습하니 신기하게도 박자가 손에 익더라고요.


쌤이 그려주신 귀여운 올챙이들


기타, 정말 마음에 들고 재밌습니다. 하기 싫었던 오선 악보 보는 것도 기타와 함께하니 할만하더군요. 열심히 연습하니 아직도 서툴긴 하지만 오선 악보도 쫌쫌따리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선생님이 코드를 알려주셨어요.

이미 많이 쓰이는 코드 여러 가지를 외웠고, 검지 손가락이 아작 나는 바레 코드도 잡을 줄 알았는데 운지법이 순 엉터리였습니다. 선생님이 더 효율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바른 운지법으로 교정해주셨어요. 운지법을 바르게 하니 새끼손가락 폼도 폼나게 고쳐졌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하프처럼 하나하나 뜯어가며 연주하는 아르페지오 기법도 틀리게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베이스 음은 엄지손가락 전체로 부드럽고 묵직하게, 나머지 손가락은 스치듯 부드럽게 치니 전과는 다른 예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났습니다. 확실히 ‘ 편지 ‘옛사랑기타 소리가 다릅니다.


하남 아이유러버의 '밤 편지'
하남 Girl문세의 '옛사랑'


결국에 한 달 동안 선생님과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옳은 방향을 잡아주시니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배움에 확신을 심어주는 사람이 정말 필요하더군요. 학습에 있어 배우는 사람의 의지가 독학자만큼 충분하고, 제대로 가르쳐 줄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운 좋게도 지금 그곳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고 그 배움의 결과가 참 궁금합니다.


배움의 열정과 좋은 선생님을 가진 것에 항상 감사하며, 서른 전에 꼭 앨범 내기 성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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