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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Dec 05. 2023

<90>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죽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피터 드러커(미국의 경영학자)의 좌우명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1909~2005)는 오스트리아 빈의 김나지움(중고등학교 과정)에 다닐 때 종교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불과 13세 때의 일이다. 


“너희는 훗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철학적인 질문이라 어린 학생들에게는 사뭇 어렵게 다가왔을 것이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단다. “너희들이 대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질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50세가 될 때까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인생을 낭비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질문은 드러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대답을 찾고자 청년 시절 끊임없이 고심했으며, 나이 들어서는 인생 좌우명으로 재포장했다. “죽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드러커는 독일과 영국을 무대로 신문사, 은행, 보험회사에서 왕성하게 일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불세출의 경영학자가 되었다. 조직으로서의 기업을 새롭게 정의하는가 하면, 경영을 학문으로 확립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가까운 미래에 지식사회가 도래할 것임을 예측하기도 했다. 경영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 조망하는 저서를 39권이나 남김으로써 ‘경영학의 아버지’란 별칭까지 얻었다.


드러커는 자문(自問) 형식의 자기 좌우명에 이렇게 답하곤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목표 달성을 도와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경영학자다운 발상이다. “인간은 타인의 행복에 기여함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 나의 친구들은 내가 그들의 경력이나 사업을 보다 좋게 해 주었기 때문에 나를 소중하게 여긴다네.” 그가 자랑스럽게 했던 말이다.


그는 노년에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기자 질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죽어서 기억되고 싶은 사람이 이미 되었다고 생각하니 행복감에 젖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스스로 벅찬 행복을 느끼며 96세까지 장수했으니 여한이 없겠다.


드러커의 인생 좌우명은 누구나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죽어서’라는 표현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외면할 성질의 질문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누구나 제각각 이름을 남기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된다.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두렵지 않은가? 


이 좌우명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생 전체를 겸허히 조망하며 살라는 지상 명령으로 들린다. 제대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미련 없이 궤도를 수정해야겠다. 사회적 출세 여부와는 관계없다. 가족 간에도, 친구 사이에도 자기 삶의 태도와 방식이 선하게 작동되고 있는지 점검해야겠다.


비록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죽어서 자기 묘비에 어떤 문구가 새겨질지 상상해 보자. 남겨진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었노라”라고 최소한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묘비명을 음미해 본다.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사람들을 동정했다. 이 사람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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