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홍콩의 영화배우)의 좌우명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왔기 때문에 갈 때 아무것 없어도 상관없지요. 점심, 저녁 먹을 때 필요한 흰쌀밥 두 그릇이면 하루가 충분합니다. 당뇨가 있어 가끔은 한 그릇만 먹습니다.”
‘영원한 따거(중국어로 큰 형님)’ 주윤발(저우룬파, 1955~ )이 2023년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한 말이다. 영화 ‘영웅본색’에서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태워 담뱃불을 붙이는 액션 배우에게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철학을 듣는다. 자기 재산이 얼마인지도 모를 정도로 부자인 사람이 하루 흰쌀밥 두 그릇이면 만족할 수 있단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삼시세끼 오마카세를 먹어도 될 사람이 흰쌀밥 타령을 하다니….
얼핏 위선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검약한 생활과 자선 행보를 알고 나면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전 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지만 그의 일상생활은 너무나 평범하다. 승용차는 있지만 운동 삼아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하고, 옷과 신발은 유명 브랜드를 찾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바꾸지 않고 사용할 정도라니 알뜰남 그 자체다.
주윤발은 평소 허름한 트레이닝복에다 슬리퍼 차림으로 집 주변을 산책하다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가 하면 관광객들의 사인과 기념사진 촬영에 흔쾌히 응해준다. 2023년 부산 방문 때도 팬들과 허물없이 어울려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최근 자신이 죽었다는 뉴스가 가짜임을 알리려고 무리해서 마라톤을 했다며 활짝 웃었다. 특별하거나 유별나지 않게 살려고 애써 노력하는 사람이다. ‘평범한 것이 행복하다’가 그의 좌우명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여러 기관 단체에 1조 원 가까이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어느 인터뷰에서, 죽을 때 재산의 99%를 사회사업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내 재산은 내가 벌어들인 것일지라도 영원히 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상 떠나갈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생각이 없습니다.”
주윤발이 평범한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18세에 영화배우가 되어 30세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으니 비범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명성을 떨치고 큰돈을 벌었으며 가는 곳마다 환영받지만 이게 곧 행복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행복을 찾는 데 귀하거나 많은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언제나 진리다. “책상 하나, 의자 하나, 과일 한 접시, 그리고 바이올린, 행복해지기 위해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부에 관한 한 만족하면 행복은 제 발로 찾아오는 법이다.
하긴 주윤발 같은 유명인에게 따르는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가 굳이 지하철을 타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산책하는 것은 더 큰 행복을 위해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평범함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소탈하면서도 검약한 일상생활을 통해 평범함의 행복을 이미 누리고 있다고 봐야겠다.
대신 그는 죽는 날까지 아낌없는 기부를 통해 비범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려 한다. 비범했던 영화배우가 비범한 기부왕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 살다 가며 이 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