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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Mar 30. 2024

<93> 힘을 빼자

김종서(가수)의 인생 좌우명

뒤늦게 힘 빼기의 성공 철학을 습득한 보컬리스트 



 “보통 고음에는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지요. 반대입니다. 힘을 빼야 힘을 쓸 수 있어요. 고음일수록 힘을 빼야 합니다.”


언젠가 가수 김종서(1965~ )가 방송에 나와서 했던 말이다. 고음을 내는데 힘을 넣지 않고 빼야 한다고? 고음이 주특기인 유명 보컬리스트의 말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 인생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종서는 1980년대와 90년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로커였다. ‘대한민국 록 음악의 전설’이라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 대표적 밴드 ‘부활’과 ‘시나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90년대 초에는 솔로로 전향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록 가수 최초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한 지 20년을 넘기면서 특유의 고음을 내는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목소리 전반에 대한 답답함도 느껴졌다. 소리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후반 성악에 입문한 이유다. “나이 60, 70이 되는 테너들이 꾸준히 활동하는 것을 보고 성악에 관심을 가졌어요. 나의 원래 모습에 대충 다른 것들을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완전히 깨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김종서는 성악을 시작하자마자 몸에 힘 빼는 법부터 익혔다. 고음을 내는데 힘 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힘을 빼자’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밑바닥부터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는 다시 태어났다. “저는 성대 의존도가 높은 보컬인데 힘을 빼야 호흡으로 몸을 조절하고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어요.” 


뒤늦게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야겠다. 그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노래할 수 있는 것은 힘을 뺄 줄 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김종서에게 ‘힘 빼기’란 비단 노래만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힘 빼기를 실천한 결과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20~30대 젊은 시절 그는 동료들과 불협화음이 잦았다. 직장이라 할 밴드를 수시로 드나든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륜 덕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주 원만한 편이란다.


그렇다. 일상에서 힘 빼기는 더없이 중요하다. 음악뿐만 아니라 스포츠에도 힘 빼기가 필수다. 순간 파워를 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힘을 빼야 한다. 골프가 대표적이다. 골프 연습장에 가면 힘 빼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힘 빼는데 3년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일정 수준 실력을 갖추려면 힘은 반드시 빼야 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데도 힘 빼기는 거의 필수다. 생각이나 말, 행동에 잔뜩 힘 들어가 있는 사람 좋아할 리 없다. 대인관계에서 이기려는 것, 잘난 체하는 것, 능력 과시하는 것, 인정받으려는 것, 자랑하는 것은 모두 힘에 해당된다. 이런 것 잔뜩 넣고 다니는 사람 어느 조직, 어떤 모임에서도 환영받기 어렵다. 정도가 심하면 외톨이 되기 십상이다.


김종서는 어떤 인터뷰에서 향후 활동 계획을 묻자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제 좌우명이 ‘힘을 빼자’잖아요.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확고하게 세워두면 괜히 힘들어가고 부담되잖아요. 스텝 바이 스텝, 힘 빼고 자연스럽게 하려고요.” 깨달음을 얻은 게 분명해 보인다. 누구나 이런 마음으로 살면 인간관계 원만하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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