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속에 답이 있다. B2B 마케터로 일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말이다. 마케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고객이 던지는 질문에 가장 일리가 있는 답을 제안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험지에 지문은 있는데 문제가 빈칸일 때
마케터가 풀어야 할 '문제'는 잠재 고객이 겪고 있는 불편함이고, 뉴스 클리핑 등으로 수집한 시장과 경쟁사에 대한 정보는 문제에 딸린 '지문'이다. 그런데 지금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문제가 빈칸으로 된 시험지를 받은 기분이었다. 고객의 고민, 고객의 니즈에 대한 정보가 나에게까지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사에 조금씩 적응해 가면서 줍줍 하듯 영업 미팅 후기를 알음알음 듣게 되었지만, 정리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인 고객의 소리에 나는 늘 목말라 있었다. 지문만 보고 문제를 추측해서 푸는 기분이었다.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고객이 있는 곳으로
고객의 고민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으니, 내가 고객의 고민을 들을 수 있는 곳에 찾아가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고객을 만나고, 무엇이 Pain Point인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찾다가 잠재 고객이 많이 모일 것 같은 교육을 수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기업용 협업 툴 담당 마케터는 이런 류의 강의에서 잠재 고객을 만나면 될 것 같다. (출처: 한국능률협회)
유료 교육이었지만, 유료로 강의를 들으러 올 만큼 관여도가 높은 고객을 만날 확률이 높았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점도 고객과 밀접하게 만나고 싶은 나의 바람에 부합했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주최가 협회인 점이 가장 중요했다. 공급사에 해당하는 기업에서 여는 교육도 많은데, 그런 교육은 자사 수행 사례 등을 소개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성격이 짙다.
협회에서 여는 교육은 철저히 수요처인 잠재 고객을 위해 기획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고객이 모이는 곳에서 깨달은 것
내목표는 두 개였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던 대로 고객의 니즈를 날 것 그대로 듣는 것. 두 번째는 그 교육에서 제시되는 방향성이 향후 잠재 고객의 요구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어떤 요소가 강조되는지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
회사에 교육 수강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작성했던 기안에도 저 두 가지 목표를 담아 수강 목적을 적어 냈었다.
25만 원을 내고 다녀온 교육에서 내 목표 두 가지는 다 이루었다. 특히 의사 결정을 하는 C레벨이 많이 참석한 교육이었는데, 고객사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고민과 기대치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성과도 있었다. 쉬는 시간에 내 옆 자리에 계시던 분과 통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분은 우리의 잠재 고객층이었고 내가 '오늘 교육에서 소개된 그런 솔루션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소개하자 크게 관심을 보이셨다.
솔루션 소개자료도 요청하셔서 메일로 보내드렸더니,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본사에 잘 전달했다고 회신이 돌아왔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추가 요청이나 수주 소식은 없는 걸 보니 잠재 고객에서 고객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것 같지만 언제 어디서나 리드(Lead)는 발굴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 만남이었다.
잠재 고객의 생각이 궁금한 B2B 마케터를 위한 Tip
1. 교육
이번 글에서 소개했던 교육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주관교육이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원사 중에는 B2B 솔루션을 구매할 만한 기업이많이 있으니 해당 협회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