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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콕재택커 Oct 01. 2023

해커톤: 웹3가 혁신을 이행하는 공간

필자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일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 출장을 다녀왔다. 하노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모여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베트남에는 약 40만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있고, 매년 5만여 명의 새로운 개발자가 배출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Chainanalysis의 보고서에 의하면 베트남은 세계 최고의 암호화폐 채택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채택률이 개발 수요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베트남 하노이는 가장 높은 웹3 개발자 밀도를 가진 도시라는 말이 된다. 출장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두가 길었다. 웹3와 지리적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본론으로 넘어간다. 


필자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지난 약 한 달에 걸쳐 베트남에 거주 중인 웹3 개발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해커톤을 진행했다. 이번 출장은 필자가 속한 회사가 만든 블록체인을 홍보하는 생사였던 동시에 이 온라인 해커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참가자들을 베트남 커뮤니티에 소개하고 이들을 수상하기 위한 자리였다. 어쨌든, 1등 상금이 백만 원이 채 안 되는 이 대회에 500여 명이 참여했고, 총 40여 개의 프로젝트가 한 달간의 노력 끝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해커톤 아웃풋으로 제출했다. 


사실 웹3 생태계를 잘 모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관경이다. 1개 팀이 보통 3명에서 4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우승하더라도 1명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30만 원이 채 안된다. 베트남의 저렴한 물가를 고려하더라도 개발자라는 고급 인력들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웹3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해커톤 참가자들은 매우 합리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웹3 생태계에서는 전 세계의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해커톤이 거의 매일같이 개최되고 있다. 필자가 속한 회사의 경우도 지난주 베트남에서 해커톤에 앞서 게임을 테마로 하는 글로벌 해커톤을 개최하였으며, 베트남 해커톤에 이어 다시 다른 테마를 바탕으로 해커톤을 진행하고 있다. 해커톤으로 유명한 EthGlobal의 경우, 전 세계 각국을 돌면서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해커톤을 개최하고 있다. 2022년만 하더라도 약 10회의 오프라인 해커톤이 EthGlobal에 의해 개최되었다. 모든 주요 블록체인 회사들이 거의 매년 최소 한차례 이상의 해커톤을 개최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매일 같이 새로운 해커톤이 열리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들 해커톤의 참가자들은 한 번에 한 개 이상의 해커톤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최초에 만든 프로덕트를 해커톤을 주최하는 체인, 해당 해커톤의 주제 등에 맞추어 아주 약간의 변형을 하고 이를 각각의 해커톤에 제출한다. 해커톤 참여에 사실 별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해커톤에서 수상하면 상금을 획득함과 동시에 해커톤 주최 측과의 네트워크, 해커톤 주최 측의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 기회, 나아가 투자 확보 기회 등을 얻을 수 있다. 사업을 준비하거나 사업 초기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게 해커톤은 자신의 서비스를 테스트함과 동시에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의미 있는 공간이다. 


EthBogota의 참가자들

또 다른 종류의 해커톤 참가자들도 있다. 이들은 전 세계의 주요 컨퍼런스를 따라다니면서 해당 컨퍼런스에서 사이드 이벤트로 개최되는 해커톤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개발 경험을 쌓고 다수의 주요 웹3 회사의 개발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업계 취업을 준비하거나 앞으로 웹3 업계에서 사업을 구상하는 개발자들이었다. 필자는 지난 Devcon에서 사이드 이벤트로 열린 EthBogota라는 해커톤에서 이러한 배경 하에 해커톤에 참가하고 있는 젊은 개발자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해커톤 주최측에 있어서도 해커톤은 매우 합리적인 행위이다. 일단, 대부분의 웹3 해커톤은 온라인을 통해 개최되기 때문에 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협찬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커톤을 주최하는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크지 않다. 그 비용에 비해 주최 측이 가져갈 수 있는 득은 다양하다. 일단, 해커톤 자체가 웹3 개발자들에게 특정 체인이나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해커톤을 통해 다른 체인에서 활동하던 개발자들이 자신의 체인을 활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경험하도록 하는 기회가 된다. 또한 많은 경우, 해커톤에 제출된 프로젝트들은 해당 체인에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커톤은 특정 체인의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기회가 된다. 특히, 다수의 해커톤 참가자들은 다른 체인의 생태계에는 오픈소스로 존재하지만 해커톤을 주최하는 체인의 생태계에 존재하지는 않는 서비스를 해당 오픈소스 코드를 일부 수정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최 측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신의 생태계의 갭을 채우는 기회가 된다. 


이처럼 참가자와 주최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해커톤이라는 공간은 웹3의 생태계가 혁신을 만들어내는데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혁신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수많은 해커톤이 개최되면서 그에 비례해 다양한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그 다양한 제품 중 하나가 우연히 시장을 뒤 흔드는 경우이다. 모든 해커톤 주최 측이 해커톤을 개최하면서 기대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DEX Aggregator 분야에서 업계를 리딩하고 있는 1inch라는 회사의 경우, 해커톤을 통해 업계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고, 다수의 해커톤에서 우승하면서 제품에 대해 인정받고 이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사업화해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두 번째는 소위 Continuous Improvement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웹3 업계는 오픈소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해커톤 또한 대부분 오픈소스를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커톤 참가자들은 많은 경우 다른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오픈소스를 일부 수정해서 새로운 오픈소스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수정된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다른 개발자가 코드를 수정/추가해서 다른 해커톤에 오픈소스로 제출한다. 이렇게 제품의 단점, 한계를 일부 수정하는 과정들이 차곡차곡 모여 하나의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점진적 변화는 해커톤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픈소스라는 웹3 생태계의 성격에 기반한 것이지만, 해커톤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커톤은 단순히 제품개발과 수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커톤에서 다양한 혁신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웹3 업계 안팎의 회사들이 해커톤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 나오면 제품이 실제 서비스 론칭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재정적 투자 및 기술적, 마케팅적 지원을 제공한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이 환경은 해커톤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기도 혹은 폰지를 촉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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