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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콕재택커 Jan 07. 2024

비트코인, 폰지를 넘어 화폐가 된 혁신


다시 비트코인이 핫하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미국 SEC에서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가 퍼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말의 전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과 무관하게 비트코인은 이미 전세계 모든 시장에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을 쓰는 개발자의 논문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이 논문은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간적 존재에 의한 장부 관리 없이 자유롭게 전자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정의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다수의 컴퓨터가 동일한 장부를 공유하고 이를 동시에 갱신하고 검증하면 중앙은행이나 은행의 관여 없이 전자화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부에 기록하고 갱신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행위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 누구도 보상 없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Bitcoin 네트워크는 Bitcoin을 그 행위에 참여하는 컴퓨터에 지급함으로써 참여의 동기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화폐 공급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냈다. 사토시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에 따라 Bitcoin에 투입된 컴퓨터의 리소스가 화폐의 가치로 전환될 것을 기대하고 비트코인을 창안한 것으로 보이나, 시장은 사토시의 기대를 넘어 움직이고 있다. 마르크스의 기획이 인간의 욕망과 시장의 힘으로 인해 세상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꿔놓은 것처럼, 사토시의 기획도 인간의 욕망과 시장의 힘으로 인해 비트코인과 세상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물론, 비트코인은 사토시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모든 혁신이 그런 것처럼 사토시의 혁신에 앞서 다른 혁신들이 있었다. 1975년 IBM에서 공개한 DES (Data Encryption Standard)라는 이름의 암호화 알고리즘, 1983년 데이비드 차움이 발표한 E-cash라는 익명 결제수단,  1997년 아담 백(Adam Back)이 해시캐시(Hashcash)라는 시스템에 도입한 작업증명(Proof of Work)의 개념, 이를 발전시켜 만들어진 할 피니의 재사용 작업증명(Reusable Proof of Work) 등의 성과가 모여 비트코인이 탄생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원형이 되었다.  


2019년 1월 3일 최초의 비트코인이 생성되었다. 시작 당시, 비트코인은 개발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개발자들은 비트코인에 들어간 탈중앙화의 철학, 중앙에서 관리하는 주체 없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기술적 완결성에 환호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알지 못했다. 웹3 업계에서는 5월 22일을 피자데이라고 부르는데, 비트코인을 사용한 최초의 실물거래가 이루어진 날이다.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라는 개발자가 2010년 5월 18일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면서 bitcointalk.org라는 온라인 포럼에 10,000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구매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https://bitcointalk.org/index.php?topic=137.0). 5월 22일 한 포럼 멤버가 비트코인을 받고 피자를 대신 주문해서 라스즐로 핸예츠에게 보냈다. 


Bitcoin Pizza Day 게시물

어쨌든, 시간이 흘러 비트코인이 전 세계의 개발자들에게 알려지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한다. 2010년 3월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bitcoinmarket.com 이 설립되었고, 7월에는 Mt. Gox라는 거래소가 출범한다. 거래소 출범으로 인해, 비트코인에 공식적인 가격이 매겨지게 되면서, 두 가지 방향으로 사업이 확대된다. 비트코인 투자를 업으로 하는 개인과 회사들이 생겼고,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가져올 수 있는 수익과 비용이 명확해지면서 채굴을 사업모델로 하는 개인과 회사들이 등장하게 된다. ArtForza라는 기업이 등장해서 GPU와 비디오카드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소위 채굴장을 만들어 채굴 비즈니스의 시초가 된다. 이후 Bitmain이라는 기업이 채굴 연산만을 수행할 수 있게 설계된 채굴 장비를 도입하면서 채굴 산업의 전문화가 더 심화된다.


비트코인은 이후에 등장한 다양한 코인들과 달리 화폐의 대체제로서 등장했고 그 발전의 한계는 뚜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비트코인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 이를 현실에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2013년 최초의 ICO가 비트코인을 이용해서 이루어지면서 비트코인의 현실 가치를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이후 Ethereum의 ICO를 비롯한 대부분의 ICO들이 Bitcoin을 중심으로 ICO를 진행하면서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업계의 기축 통화로 자리 잡게 된다. 


비트코인이 만들어낸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은 웹3 혹은 암호화폐 업계의 기본 기술이 되었고 이 기본 기술에 다양한 혁신들이 추가되면서 그 혁신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등장한다. 이 업계는 비트코인이 업계의 기축통화라고 믿고 있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등장할 때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고, 동시에 특정 시점 업계를 흔들어 놓은 혁신의 가치가 그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되어 주요 코인의 가격이 붕괴되면, 비트코인의 가치 또한 급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혁신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산업 자체의 규모를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폭등과 폭락의 사이클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고, 그 사이클에서 승자와 패자, 혁신과 폰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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