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필자는 웹3가 폰지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폰지 엔딩을 맞이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웹3가 왜 폰지와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폰지와 웹3의 차이는 강력한 커뮤니티의 존재에 있다. 웹2 프로젝트의 경우 이러한 커뮤니티를 운영하지 않는다. 카카오톡 이용자 커뮤니티, 토스 이용자 커뮤니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웹3 프로젝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의 커뮤니티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대다수는 서비스 혹은 프로덕트 출시보다 커뮤니티 구축이 먼저 이루어진 경우이다. 물론 그 이유는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제품보다 토큰이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토큰이 나오면 누군가는 그 토큰을 구매해 줘야 이 폰지적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프로젝트 팀들은 커뮤니티 구축을 통해 토큰의 잠재적 구매자를 모으고 토큰의 가치를 꾸준히 설파한다. 물론, 앞의 글에서 언급한 APTOS, SUI처럼 토큰 출시에 앞서 좋은 투자자들 확보한 프로젝트는 토큰과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투자금과 토큰 간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토큰이 먼저 나온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웹3 프로젝트들은 초기에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 커뮤니티 초기에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된 인원들에게 OG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고 그들에게 토큰을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여 커뮤니티가 확대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동기를 부여하는가 하면, 소위 Air Drop이라고 불리는 캠페인을 통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토큰을 나눠주기도 한다. 토큰을 써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행위에 대해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잘 구축된 커뮤니티는 토큰의 가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커뮤니티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팀에서 구축한 채널인 만큼 기본적으로 해당 팀이 자기 서비스의 유저 혹은 잠재적인 유저들에게 홍보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용되며, 유저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거나 그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CS 채널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토큰 홀더 간의 상호 작용이다. 홀더들은 해당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투자한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교환하고 그러한 정보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해석해서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바탕으로 토론한다. 그 과정에서 해당 토큰에 투자한 행위에 대한 자기 합리화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자기부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상당수의 웹3 커뮤니티에는 해당 프로젝트 관련 뉴스, 해당 토큰의 거래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커뮤니티에 주기적으로 전달하는 열성 커뮤니티 멤버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제공한 정보를 중심으로 끝없는 토론이 이루어진다.
투자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토큰의 가치가 올라간다. 특히, 웹3 프로젝트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소위 Mass Adoption을 달성하면 수익 모델이 따라오게 된다는 안이한 판단에 기초해서 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익 모델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토큰 가치의 성장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토큰 가치의 성장률 이상의 수익률을 가진 사업 모델을 확보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며, 그 노력과 비용의 규모가 사업 모델을 통해 프로젝트 팀이 확보할 수 있는 이익보다 크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자를 확보한 프로젝트 팀에게는 러그풀의 유혹이 항시 존재한다.
반면, 투자자의 수가 많아지면 커뮤니티의 규모도 커지게 되고 그에 따라 프로젝트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감시하며 그 결과를 공유하는 인원도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커뮤니티 구축을 통해 토큰 가격을 올리는 데 성공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 혹은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커뮤니티에 제시하지 않으면 토큰 가치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 이를 통해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은 해당 프로젝트의 채널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 프로젝트의 채널 혹은 누구든지 확인이 가능한 소셜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커뮤니티 구성원의 인식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커뮤니티 외부의 인식을 만들어가는 핵심 정보가 된다. 또한 커뮤니티는 프로젝트 팀에서 받은 정보를 재해석해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고 자기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시킨다. 따라서 커뮤니티를 만족시키는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커뮤니티를 만족시키는데 실패한 프로젝트는 정체-쇠퇴-러그풀의 길을 가게 된다.
특히,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자기 합리화로 기울어지는지 자기부정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코인의 가치도 움직이기 때문에 프로젝트팀들은 소위 ‘호재'라고 불리는 소식을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한 대부분의 프로젝트에는 커뮤니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커뮤니티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존재하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자기부정적 상황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관리한다.
웹3의 혁신은 호재에서 온다. 수많은 웹3 프로젝트들이 호재라고 불릴 수 있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고, 새로운 자산을 자신의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한다. 새로운 주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파트너의 프로젝트와 자신의 서비스를 연결시키며, 자신의 자산을 새로운 파트너의 서비스에 투자한다. 호재를 위해 수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진다. 이들 수천, 수만의 시도 중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해당 토큰의 가격을 올리고 생명을 다한다. 수만 번의 시도 중 아주 소수의 시도만이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고 웹3 업계에 영구적인 변화를 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