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거주하고 있는 필자는 지난 한 주 동안 한국에 다녀왔다. Korea Blockchain Week (KBW)이라고 불리는 대규모의 행사가 일주일간 서울에서 개최되었고 필자도 필자가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 차원의 업무로 거기에 참여했다. 9월 5일, 6일 양일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메인 행사가 개최되었고, 한주 내내 약 200여 개의 사이드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수천 명이 메인 행사 혹은 사이드 이벤트에 참가하러 세계 곳곳에서 서울에 모였다. 다른 업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KBW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웹3 업계는 전통적인 산업과 차별적인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으며, 그 차이가 웹3로 하여금 수많은 러그풀 가운데 혁신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웹3 업계가 지식의 축적과 확산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커뮤니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여기서 필자가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는 앞의 글에서 말한 커뮤니티와는 성격이 다르다. 앞에서 이야기한 커뮤니티가 자신의 투자한 자금의 가치를 보전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커뮤니티라고 한다면,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티는 웹3 업계에서 사업을 실제로 구상하고, 개발하고, 운영해 나가는 전문가 혹은 업계 종사자로 구성된 소위 실천공동체(COP: Community of Practices)를 의미한다. 물론, 이 두 커뮤니티가 겹치는 이상적인 상황이 존재하기도 한다.
COP는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영역의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실천하고 그 결과를 논의하는 공동체를 말한다. COP를 구성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은 지난한 과업이다. 필자는 웹3를 업으로 하기 전에 재난위험경감,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보건 등을 다루는 국제기구에 근무했고, 이 국제기구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중의 하나가 해당 분야와 관련된 COP를 구축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필자의 직간접적 경험에 의하면, 수많은 국제기구 중 어떤 기구도 진정한 의미의 실천공동체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국제기구의 이름으로 회의를 만들고,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급하면서 뉴욕, 취리히, 방콕, 발리 등과 같은 유명도시로 전문가를 불러 모으는 정도가 전부였다. 참가자들은 행사장에 모여서 자신이 그동안 연구했던 사항들에 대해 10-20분 정도 발표하고, 간단히 네트워킹을 하고 귀국한다. 그리고 아무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지 않다가 반년 혹은 1년 정도 후에 진행되는 다음 행사 때 다시 국제기구가 준 출장비로 행사장에 모여 마찬가지로 발표와 네트워킹을 진행한다. 이런 행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COP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는 것을 필자는 본 기억이 없다. 이러한 COP는 대부분 행사를 주최하고 출장비를 내주는 국제기구의 역할이 사라지면 바로 소멸한다. 자발적인 지식의 교환과 확산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웹3 업계는 국제기구처럼 의무적으로 Facilitator로서의 역할을 하는 조직 없이도 COP를 구축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 어느 분야, 산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속도로 혁신을 시도하고 그 시도에서 만들어진 지식과 정보를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수많은 컨퍼런스를 통해 다수의 COP를 구축하고 활성화시키며 이를 연결시켜서 COP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COP가 만들어내고 공유한 지식들을 해커톤이라는 행사를 통해 테스트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이를 오픈소스화 함으로써 커뮤니티가 소유한 지식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COP의 존재로 인해 웹3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러그풀과 그에 따른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컨퍼런스, 해커톤, 오픈소스라는 키워드가 웹3의 혁신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왜 웹3의 어떤 특성이 COP를 활성화 시키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