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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콕재택커 Sep 16. 2023

웹3와 컨퍼런스: 혁신은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진다.

웹3 업계는 컨퍼런스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주만 해도 Korea Blockchain Week이라는 행사가 한국에서 열렸고, 이번 주에는 Token 2049라는 행사가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수천 명의 업계 종사자들이 이 두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움직이고 있다. 이 두 행사뿐만이 아니다. 거의 매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돌아가면서 대규모의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그곳에 전 세계의 웹3 업계 사람들이 모여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블록체인과 웹3의 기반이 되는 기술과 철학에 대해 논의하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혁신을 통해 사업적으로 큰돈을 벌고 싶은 자신의 욕망에 대해 토로한다. 


필자는 2021년 웹3 업계에 뛰어든 이후 총 7건의 대형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작년 4월 미국 마이애미 팜비치에서 열린 Permissionless라는 행사에 참석했고, 5월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Consensus에, 8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Korea Blockchain Week에, 10월에는 콜럼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Devcon에 참석했다. 올해에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GM Vietnam과 다시 열린 Korea Blockchain Week에 참석했다. 필자가 유난히 많은 행사에 참여한 게 아닌가 싶겠지만, 필자가 컨퍼런스에서 만난 다수는 주 혹은 월 간격으로 국가, 도시를 옮겨가며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고, 실제 특정 컨퍼런스에서 알게 된 참석자를 다른 컨퍼런스에서 만나게 된 경우가 다수였다.



컨퍼런스는 대체로 네 가지 형태의 행사로 이루어진다. 유명 연사들이 메인 행사장 무대에서 자신의 프로젝트와 아이디어에 대해 발표하는 진짜 컨퍼런스가 있으며, 동시에 무대 옆 공간에 대규모로 각 회사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한 부스가 차려진다. 또한 행사장 밖에서 자신들의 공간을 빌려서 밋업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이 세 가지 행사들은 대체로 오전 9시에 시작되어 오후 6시에 종료된다. 오후 6시 이후부터는 애프터 파티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회사들이 자기 프로젝트의 이름을 걸고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한다. 

KBW 2022. 메인 무대에 선 비탈릭 부테린

여기서 각각의 행사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메인 행사장의 무대는 말 그대로 자기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성과, 그 사업을 통해서 만들어낸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여기에서 지식을 공유하는 주체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업계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성공을 거뒀거나 모두가 흥미로워하는 지식을 창출해 내서 초대받은 스피커들이 있고, 해당 행사의 스폰서로서 거액의 행사 비용을 지급하고 발표의 기회를 구입하고 이를 통해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 홍보하고자 하는 스피커들이 있다.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이 두 스피커 집단 모두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같다. 나의 프로젝트 혹은 비즈니스는 폰지가 아니다. 투자하시라. 


Consensus 2022. Cardano 부스에서 연설하는 찰스 호스킨슨

발표장 주변의 부스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행사에 어느 정도 금액을 스폰서 했느냐에 따라 부스의 규모와 위치가 정해진다. 회사들은 부스의 규모를 통해 자기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고, 그러므로 폰지가 아니다고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부스에는 다수의 직원들이 배치되어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홍보한다. 같은 외침이다. 부스의 더 중요한 의미는 네트워킹에 있다. 부스에서는 거의 분 단위로 새로운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해당 행사에서 부스를 운영하든 운영하지 않든 상관없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행사장의 부스를 돌면서  자기 프로젝트, 혹은 자기가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 텔레그램 아이디를 교환한다. 보통은 행사장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같이 사진을 찍어서 교환한 텔레그램 주소에 보낸다. 


해당 컨퍼런스가 열리는 국가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회사의 경우, 컨퍼런스를 스폰서해서 비용을 지출하기보다는 행사장 밖에서 자신들이 직접 행사를 개최하기를 선호한다. 우리는 단독으로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재정이 안정적이며, 행사에 사람을 가득 채울 정도의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단독으로 행사 콘텐츠를 채울 정도로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외치는 것이다. 고로 우리는 폰지가 아니다. 투자하시라. 메시지는 동일하다. 


애프터 파티도 마찬가지다. 해당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 파트너들, VIP들, 낮의 행사들을 통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들을 파티에 초대해서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비싼 술과 밥을 통해 우리는 폰지가 아니다고 다시 한번 외치는 것이다. 

KBW2023. Sui의 애프터파티

역설적으로, 폰지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폰지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들이 혁신의 씨앗이 된다. 컨퍼런스를 돌면서 만들어진 네트워크는 결과적으로 웹3 업계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두 다리만 건너면 대부분의 웹3 프로젝트에 연결될 수 있다. 그 연결의 속도도 놀랍게 빠르다. 텔레그램 메시지 하나면, 전 세계 어디의 프로젝트와도 연결될 수 있다. 방콕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가 텔레그램 메시지 몇 개로 몇 분 만에 나이지리아에 있는 다수의 프로젝트와 연결될 수 있는 게 웹3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엮이고 엮이면서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 기회가 국경을 넘어 돌아다니게 된다. 거기서 사업이 만들어지고, 투자가 이루어지며, 폰지를 넘어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프로젝트가 나온다. 단, 네트워킹의 비용은 폰지적 구조에서 나온다. 웹3는 폰지적 파괴를 통한 창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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