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 Orange County - [Who cares?]
금요일 밤 지하철 안. 얼큰하게 취한 이들의 고성과 덜컹거리는 열차에 맞춰 비틀거리는 스텝이 자꾸만 내 신경을 긁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금요일 이 시간까지 맨 정신인 내가 가장 잘못했다. 그것은 명백히 나의 잘못이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음악을 들었다. 렉스 오렌지 카운티의 새 앨범을 틀었다. 금요일 밤, 나는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주말로 향하고 있었다.
올해 발매된 렉스 오렌지 카운티의 새 앨범 [Who cares?]는 최근 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즐겨 듣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의 전작들보다 깊은 맛이 있다. 그리고 그 깊은 맛은 그가 자신의 삶을 두 발짝 정도 떨어져서 지켜보는듯한 관조의 분위기에서 오는 것 같다. 이 앨범은 'KEEP IT UP'이라는 노래로 이렇게 시작하며 나를 건드린다.
Every time I open my mouth
내가 입을 여는 매 순간마다
I have regrets in my mind every time
내 마음속에는 후회가 생겨
And no one seems to figure me out
누구도 날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 Rex Orange County, 'KEEP IT UP'
이 앨범은 주말 같다. 토요일 낮의 나른함도 느껴지지만, 일요일 저녁의 심란함도 느껴진다. 4번째 트랙 'AMAZING'은 나 홀로 다짐하고 꿈꿔왔던 무조건적인 사랑과 닮아있다. 그것은 요새 내가 평일마다 그리는 주말의 모습이다. 사랑으로 가득 채운 토요일과 일요일. 또 한편으로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는 토요일과 일요일.
내 주말의 아름다움은 '평화'에 있다. 주말만큼은 평이하고 평평한 하루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내게 있어 주말이 진정한 '평일(平日)'이다. [Who cares?]에서 렉스는 여러 감정을 노래하지만, 전반적으로 평평함을 유지한다.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과 감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감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의 마음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지만, 섬세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앨범은 전자에 가깝다. 앞서 말한 '관조의 분위기'도 이러한 이유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평평함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이 앨범의 깊이이다.
어쩌면 예술에서 평이함은 기피해야 할 가치이고, 예술가들이 가장 부끄럽게 생각할 평가일지 모른다. 수많은 음악들이 쏟아지는 매일매일을 살면서 우리는 평이한 음악이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이 앨범처럼 깊은 감흥을 주는 평이함이 존재한다. 그것은 별다른 계획이 없어도 내가 주말을 기다리는 이유와 같다.
앨범명과 동명의 마지막 트랙 'WHO CARES?'에서 렉스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Who cares?'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흔히 '알게 뭐야?'라는 표현으로 쓰이지만 정말 직관적으로 보면 '누가 신경 써주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첫 번째 브릿지에서 렉스는 행복해지고 싶냐고,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어본다. 누가 신경 쓰고 있는지를 신경 쓰고 있다고도 고백한다. 두 번째 브리지에서 이러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그대로 답한다. 행복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고. 이제는 누가 나를 신경 쓰고 이해하는지를 안다고.
지난 한 주와 다가올 한 주에 대한 무신경이, 그런 나를 신경 써주는 사람이 나의 주말에는 존재한다. 모난데 없이 평평하게 충족되어 있는 나의 주말은 축복으로 가득하다. 내일은 숙취 없이 그런 주말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렉스의 간드러진 목소리와 상반된 그의 비틀거리는 스텝도, 고개를 들어 다시 보니 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