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만들고 만들어준 소중한 것
이사할 때의 일이다.
“책 좀 버리시죠?”
이삿짐센터 분이 말씀하신다.
나는 웃으면서 말한다. “그러게요. 책이 무거우시죠?.”
일본에서 9년간 생활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컨테이너를 빌렸다.
반 정도 채웠던가?
그런데 그 안에는 오로지 책, 책들이었다. 그리고 아끼던 그릇들...
나는 고서가 그렇게 값어치 있는 줄 몰랐었다.
동기였던 일본 남학생인데 아르바이트에 춤연습에 밥먹을 돈도 부족한데 오랜 고서를 샀다며 학교에 가지고 와서는 교수님께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속으로 '뭐가 기쁜 거지?'하며 의아했다.
그때까지 난 한국에서 고서를 사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했다.
1900년대 소설을 연구하던 나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책들이 많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 후 동네 헌책방을 습관적으로 가게 되었다. 헌책은 보통 100엔으로 우리나라 돈으로는 1000원정도? 의외로 읽고 싶은 책이 많이 있었다.
그렇게 책을 사 모은 것이다. 일본어로 책 읽기도 어렵고 연구도 어려웠지만 책에만은 욕심이 생겼다. 마치 저절로 지식이 머리에 들어올 것처럼.
그렇게 하나 하나 욕심껏 산 책이 컨테이너를 채우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책들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로 나의 산 역사이니까.
책 중에 일본근대문학전집은 다 볼 수도 없고 연구하는 작가 이외에는 어쩌다가 볼 뿐이어서 먼지가 쌓이고 습기가 차기 때문에 가끔 열어보아 주어야 한다.
그런 책들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어쩌다 보니 거의 2년마다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8번 정도 이사했던가? 이사할 때마다 이사비용은 책 때문에 올라갔다. 그리고 책을 옮기고 정리하면서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비용을 더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씩 한다. “어휴 무겁네요. 다 보시나요? 좀 정리하시죠?”하고. 그리고 대강 꽂아놓은 책을 정리하면서 한 번 더 남편이 말한다.
“이 책들은 언제 보냐?”하고.
언젠가 버려야 할텐데. 하고 나도 생각한다. 어떻게 버려야 하지? 요즘은 PDF로 해서 저장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이 보았다. 디지털화해서 검색도 가능하게 한다고.
그동안 연구를 포기할까? 고민한 적도 많이 있었는데 항상 걸리는 것은 책이었다. 그렇게 내 발목을 잡으며 그 책들이 여기까지 나를 데려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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