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봄볕에 빨래널기
오늘은 달코미 농가 빨래당번은
연서,유찬, 다온이였습니다.
빨래는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에 널고 해 질녘이 되면 걷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날씨는 반복하지 않고
매일 다릅니다.
오늘 날씨가 어떤가에 따라 빨래를 널기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빨래 당번일 때는 날씨를 살피게 됩니다.
바람 한점 없이 볕이 좋은 날엔 아무런 걱정없이
옷걸이와 건조대에 옷을 척척 걸쳐 넙니다.
하지만 오늘같이 아침부터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은
날아가지 않게 꼼꼼하게 빨래 집게로 꼭꼭 집어주며
널어야 합니다.
양말 짝을 맞춰 집어 널때 집게가 한 쪽 양말로 쏠리게
되면 거센 바람에 한 짝이 마당을 뒹굴거나
멀이 날아가 계곡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언니 교복 후드짚업은 평소대로 옷걸이에 걸고
후드 모자 부분은 들어서 집게로 건조대에 따로
집어줍니다.
거기다 또 후드집업같이 앞이 트인 점퍼는
바람에 벗겨질 수도 있어서
앞쪽의 목부분에 집게로 한 번 더 집어줍니다.
빨래는 너는 데에도 마음이 들어갑니다.
뒤집어져 벗은 옷은 그 사람에게 뒤집어 벗은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그 사람 행위를 존중해서 그대로 널어줍니다.
얼마 안 입은 면티 목이 늘어졌다고 투덜대던 누나가 떠올라서 옷걸이보다 건조대에 널어주었습니다.
구겨진 양말을 펴서 널 땐 좀 펴서 벗어놓지 하며
귀찮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빨래가 적고 큰옷이 많지 않아서
다행히 빨리 끝났습니다.
겨울내내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널던 때에 비하면
봄날 빨래 너는 일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나의이야기
커피잔을 들고 아이들이 빨래 너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바람따라 춤추듯 팔랑이는 빨래에 시선이 고정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로 잠시 다녀왔습니다.
어릴 적 마당가 쪽 계단을 오르는 옥상에 빨래를 널던
기억이 났습니다.
안방에서 엄마가 동생이 낳았고 네 살배기 나는
그 소식을 전하라는 외할머니의 명을 받아
할머니를 부르러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할머니는 가을볕에 잘 마른 빨래를 걷고 계셨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기쁨과 내가 맨 먼저 그 소식을 할머니에게
전하게 된 책임감에 잔뜩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할매, 엄마가 아기 낳았어”
그 때 할머니의 밝은 표정과 함께 품에 안은 빨래가
눈에 같이 들어왔고 그 때의 장면과 그 때의 기분이 합쳐져
나에게 각인되었는지 빨래를 보니 같이 떠오릅니다.
조금 더 자라서 빨래를 대야에 담아 들고 혼자 옥상에 올라가 빨래를 널곤 했습니다. 널고 나서 좁은 옥상 한켠 화단에 핀 채송화와 분꽃 구경을 했고, 저녁무렵 빨래를 걷고선 서쪽 하늘이 빨갛게 물드는 걸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습니다.
오늘 아침 나부끼는 빨래 보며 잠시 어릴적 빨래의 기억이
났습니다.
빨래 한 자락에 소중한 기억을 꺼내며, 세상 일에 놓치고 지나가는 게 얼마나 많을까? 소중한 걸 얼마나 잊고 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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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