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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춘 Jan 21. 2022

개백취 | 과학 소설, 그리고 과학 영화 (2)

Space, The Final Frontier

안녕하세요, 영춘입니다.

개발자의 백만 가지 취미 시리즈의 지난 포스팅에 이어 오늘은 “과학 소설, 그리고 과학 영화” 2편을 준비했습니다. 워낙 다양하고 좋은 작품들이 많아 2편으로 나누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여러 작품 가운데 우주와 시간여행, 디스토피아, 호러, 그리고 분류하기 다소 어려웠던 작품들을 모아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주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소개합니다. 이 소설은 다른 과학소설과는 달리 코믹 SF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개 과학 소설이라면 진지하리라 생각하지만, 이 소설은 가볍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간혹 소프트웨어 관련 영화나 드라마에서 42라는 숫자를 발견한다면, 그 숫자의 의미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주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을 보여주는 영화들은 우리들의 상상을 자극하곤 합니다. 영화 “그래비티​”, “마션​”, “인터스텔라​”에서 그런 우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 우주의 낯선 존재를 그리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과학 서적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과학 소설 “컨택트​”를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에서는 외계의 지적 존재를 다룹니다. S.E.T.I(외계 지적 생명 탐사)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하는 과학 시설에서 주인공은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통해 지적 존재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그 신호로 어떤 장치의 설계도를 받게 되고, 그 장치를 통해 외계 존재와 접촉하게 됩니다. 기존의 많은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외계 존재와의 만남을 미스터리하고 낭만적으로 표현해,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두번째 영화는 “어라이벌​” 이란 영화인데, 공교롭게도 한국 개봉 당시 컨택트라는 이름으로 개봉을 했습니다. SF 작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단편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어느 날 우주에서 지구로 찾아온 비행물체와 그 비행물체를 통해 외계 존재와 소통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공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다른 과학 영화와 달리, 언어와 시간을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시간 여행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로는 “백투더퓨처​”가 있습니다. 유쾌한 가족 영화로 봐도 무방한 이 영화는 SF라는 장르의 이해가 없이도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다룬 최근작으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이 있습니다. 시간과 엔트로피의 흐름이 역전된 세상을 그려낸 영화인데,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의 미려한 영상처럼 이 영화에서도 참신한 시각 효과를 보여줍니다.


시간 여행 영화,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영화가 있습니다. 별로 멋있어 보이지 않는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저예산 영화 “프라이머 Primer​” 입니다.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하고, 어떤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인데, 사실 내용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가장 난해한 시간 여행 영화로 기억하고 있어 이곳에서도 한번 소개해 보았습니다.

디스토피아/호러

다음 주제는 디스토피아와 호러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그려내는 미래는 어둡고 절망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는 통제 사회가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유전 공학으로 지능의 차등을 둔 인간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계급으로 나뉘어 살아갑니다.


이보다는 덜 극단적이지만, 일어날 법한 현실을 그리는 영화로 “가타카​”가 있습니다. 염기서열을 나타내는 알파벳 G,A,T,C 들을 조합하여 만든 제목으로, 여기서도 유전 공학을 이용해 뛰어난 아이들을 잉태시킵니다. 유전 공학의 혜택을 받지 못한 주인공은 사회에서 차별을 받지만, 보란 듯이 그 벽을 뚫고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유전적 태생에 의한 차별을 다룬 또 다른 소설로는 김초엽 작가의 단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있습니다. 김초엽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신비로운 어조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다른 종류의 디스토피아로 감시와 통제가 만연한 사회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엔 감시 사회가 등장합니다. 이미 너무 유명해져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감시자를 의미하는 비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엔 애플 제품 사용자가 많으실텐데 1984년에 애플에서 “빅브라더”를 모티프 삼아 만든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통제 사회를 다룬 영화로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있습니다. 얼어붙은 지구 위를 멈추지 않고 내달리는 열차 속에서도 사람들은 계급을 나누어 서로 다른 칸에서 살아갑니다. 열차의 앞칸에는 상류층이 살고, 마지막 칸에는 하류층이 살아갑니다. 앞칸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호화로운 삶을 누리지만, 끝 칸의 사람들은 양갱의 모양을 한 정체 모를 음식으로 연명합니다.


이 영화와 음식으로 연결되는 영화가 있는데, 영화 “소일렌트 그린​” 입니다. 배경은 인구 폭증과 환경 파괴로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미래로, 여기서도 상류층을 제외한 사람들은 소일렌트 사에서 만든 소일렌트 옐로와 레드라는 대체 식품으로 삶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중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며, 주인공인 형사는 이상한 사건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재밌게도 실제로 “소일렌트​”라는 이름을 내세워 대체 식품을 판매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 회사의 패러디 영상​도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보통의 SF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공포감을 주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호러로 분류될 수도 있을 작품들을 소개해 보자면, 우주적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하여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로 분류되기도 하는 작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 “우주에서 온 색채​”는 어느 시골 마을의 황무지에 운석이 추락한 후 일어나는 기이한 일을 다룹니다. 흔히 무서운 존재를 묘사할 때 외계인이나 괴물 같은 형체가 있는 존재를 그리지만, 이 소설에서는 색채라는 추상적인 존재가 공포의 모습입니다.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에서도 우주에서 날아온 무엇이 추락한 지점 주위로 마치 결계를 친 듯 색채를 그려내며 해당 공간에 기이한 영향을 줍니다. 단편 “우주에서 온 색채”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공포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읭?

마지막으로는 분류하기 다소 어려운 소설과 영화들을 골라봤습니다.


SF는 보통 Science Fiction, 곧 과학 소설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과학 교과서가 아닌 이상 엄밀하게 과학적 사실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현대 과학의 논리와는 맞지 않는 설정을 배경으로 삼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뛰어난 SF소설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설정이든 그와 무관한 설정이든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일관성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현실에서 빗겨 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해내는 점을 부각하여 요즘은 SF를 Speculative Fiction, 사변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탈로 칼비노 작가의 소설 “우주만화​”는 제목과 책의 디자인에 매료되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주 만화에서는 당대의 과학적 지식 혹은 과학적 상상을 글감으로 쓴 짧은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과학에 방점을 두기보다 그로부터 뻗어 나올 수 있는 상상에 힘을 주고 있기 때문에, 환상 문학에 가까워 보입니다. 제가 접한 다른 SF 소설과 비교하면 더욱 상상의 스펙트럼이 넓고 낭만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재밌게 읽었던 또 다른 소설로, 스뜨루가츠키 형제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을 소개합니다. 제가 읽어 본 유일한 러시아 (출간 당시 소련) SF 소설로 이 소설에는 멋진 미래 도시나 빛나는 장치들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우주의 속성과 이 속성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참신한 방법이라는 재밌는 상상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과 영화 “맨 프럼 어스​"에서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인간 조건이 변화한다면 어떤 세상이 될지, 어떤 상황과 마주할지를 이야기합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유성 생식 생물들은 짝을 만나 번식하는 일이 당연하지만, 영화 “칠드런 오브 맨”에서는 생물학적으로 새로운 생명의 잉태가 불가능해진 세상을 가정합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일어나고, 그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화 제목인 “인간의 아이들”은 어쩌면 무미건조한 표현이지만, 영화 속 세계를 생각하고 본다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영화 “맨 프럼 어스”는 저예산 영화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배경이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이사를 앞둔 교수의 집에 모여든 사람들은 모닥불을 앞에 두고 교수와의 작별을 준비하는데, 그곳에서 교수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합니다.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배경의 변화나 화려한 연출 없이도, 이야기의 힘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이 영화에도 인간 조건의 변화가 만들어 낸 독특한 상황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영화 감상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풍부한 그래픽을 통해 실사 영화보다 더욱 멋지게 상상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사람의 머리 속에서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이 겪는 상황들이 멋진 그래픽으로 표현되며, 상상 속 세계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줍니다.


영화 “트루먼쇼​” 역시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 줍니다. (주인공 입장에서 본다면) 매트릭스의 순화된 버전이라고 할까요. 순진한 주인공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일종의 공모자가 된 기분을 느끼며 이야기에 빠져 듭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터널 션샤인​”입니다. 영화 속 세상에는 기억을 없애는 기술이 등장하는데, 실패한 사랑의 기억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인물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보여 줍니다.


사실 트루먼쇼와 이터널 선샤인은 SF 영화라 부르기 다소 어색하지만, 사변 소설의 경우처럼 상상의 스펙트럼을 과학에 한정 짓지 않는다면, 이 역시 사변 영화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드디어 길고 긴 추천 목록이 끝났습니다. 저는 유한한 길이의 추천 목록을 소개했지만, 인간의 상상엔 끝이 없을 것이기에 SF 소설과 영화의 목록은 무한할 것입니다.


저와 같은 엔지니어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며 손에 잡히는 해결책을 만들어내지만, 지식의 세계에 머물기만 해선 안될 것입니다. 가끔은 SF 소설이나 SF 영화와 함께 당신을 엔지니어의 길로 이끌었던 두근거림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 For knowledge is limited, whereas imagination embraces the entire world, stimulating progress, giving birth to evolution.” — Albert Ei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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