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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춘 Feb 04. 2022

소비생활 | 개완 그리고 데미타스

차와 커피, 둘 다 좋아요

소비생활 The Joy of Buying 시리즈는 누군가의 소비에 담긴 의미를 기록하고 당시의 취향을 포착합니다.

아니, 맥시멀리스트로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경고이며 물건을 허투루 사 모으지 말라는 말입니다.

왜 이거 산거야? 정말 필요했던 거야? 돌이켜보니 필요 없었던 거지?


개완 Gaiwan​ 은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차 도구입니다. 차를 우려낼 때, 그리고 우려낸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데 뚜껑, 잔 그리고 받침으로 구성됩니다. 차를 우려내는 도구는 개완 말고도 많은데 “자사”라는 흙으로 만든 자사호, 도기 혹은 유리 재질의 차호, 차 우리는 도구와 컵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표일배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도구 중에서 개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함에 있습니다. 바닥에서 뚜껑 방향으로 점점 입구가 넓어지는 개완은 찻잎을 쉽게 버리고 닦아낼 수 있습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때문에 휴대성도 크고 요령만 잘 익히면 다른 다구만큼 찻잎을 잘 걸러내 깔끔한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개완에서 엿볼 수 있는 소박함입니다. 자사호나 차호들은 “나 이제 차 마실 거야”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일상과 유리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개완은 그냥 평소 물을 마시듯 차 마시는 행위를 특별히 여기지 않고 가볍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손이 자주 가며 차 마시는 여유를 일상으로 가져옵니다.


중국차를 마시고 싶을  개완을 사용한다면, 커피를 마실  데미타스 Demitasse  사용합니다. 보통 에스프레소를 마실  사용하는 작은 잔인데 데미타스는 불어로 Half cup 의미한다고 합니다. 정말 보통 컵의  정도 되는 용량으로 60-90ml 정도의 액체를 담을  있습니다. 공유 오피스에 회사 사무실이 있던 시절, 커피머신을 자유롭게 사용할  있었는데 에스프레소를 종종 내려 마셨습니다. 블랙커피는 때때로 배부르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농축된 향과 맛이   만족감을 줍니다. 일반 종이컵에 내려 마시다가 이왕이면 제대로 마시고 싶어 데미타스를 하나 샀습니다. 제가 가진 안캅 라바짜 데미타스는  4 원이면   있는 저렴한 잔입니다. 여러분도 에스프레소 추출이 가능한 커피머신이 곁에 있다면  데미타스에 내려 마셔보시길 바랍니다. 종이컵과는 전혀 다른 맛과 분위기를 가져옵니다. 차도 그렇고 커피도 그렇지만 즐기는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저는 우롱차를 개완에 간단히 우려 마시는  좋아하지만  아내는 차판 위에 다구들을 정갈하게 배치한 다음 마치 의식을 행하듯  우리는 순서에 따라 마시는  좋아합니다. 회사 커피 소모임을 하는 동료분들은 저울을 동원하여 최적의 커피 드립으로 마시는  즐기는 반면 저는 그냥 커피머신이 내려주는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간단하고 좋습니다.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기보단 설탕을  스푼 넣어 마시는데  편이 쓴맛에 얼굴 찡그리지 않고 에스프레소의 풍미를 즐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코코넛 슈가를  티스푼 떠내어 데미타스에 넣고 에스프레소를 하나 내려 잔받침에 티스푼 올려 책상 위에 올려두면  주변으로 여유가 피어오릅니다. 일하다 잠깐 일어나 이렇게 에스프레소를 준비하면 이것이 바로 망중한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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