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둥근 밤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폭발하는 별의 존재만큼이나
아주 까마득해진 오래전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게 될 때면
나는 자주 염려했다
정말 지구는 둥글어?
넘어가다 보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어떤 질문들은 반복할수록
확신이 아니라 의심이 된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너에게 기쁜 소식일까
우리는 다
먼바다의 허리춤에서도 돌올한
배 한 척 같다고 일러주었는데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을 만치
지난한 항해 끝,
겨우내 맞닿은 곳이
다시 나 자신이라면
그것은 너에게 축복일까
염려하는 나와 무관하게
너는 오늘치의 잠을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