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닻 Jul 19. 2024

09. 대척점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전부 조작된 낭만.


말미를 잇지 않는 습관

문장을 지으려던 게 아닌 것처럼


대화가 고프던 게 아닌 것처럼

유리병 속에 잘 접어 넣고

마냥 표류시킬 작정인 것처럼


눈도 오지 않는 나라에서

몸살을 연달아 세 번이나 앓은 7월

야외 테라스가 유명한 카페에 앉아

찬바람을 달게 달여 마시는 일이라던가


오래되어 구멍이 숭숭 난 버킷리스트를

메꿀만한 단어들을 찾으려

영어 사전을 성경처럼 뒤적이는 일


어떻게 지내.


겹겹이 쌓이는  바다 물결 위로

한 시간 일찍이 뜨는 달 탓에

한 시간 늦게 질문한 이의 낯은

정확히 가려져 있고


미리 보내둔 답장은

아직 떠밀려 가고 있으니

아마도 수취인 불명.

매거진의 이전글 08. 어른(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