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대척점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전부 다 조작된 낭만.
말미를 잇지 않는 습관
문장을 지으려던 게 아닌 것처럼
대화가 고프던 게 아닌 것처럼
유리병 속에 잘 접어 넣고
마냥 표류시킬 작정인 것처럼
눈도 오지 않는 나라에서
몸살을 연달아 세 번이나 앓은 7월
야외 테라스가 유명한 카페에 앉아
찬바람을 달게 달여 마시는 일이라던가
오래되어 구멍이 숭숭 난 버킷리스트를
메꿀만한 단어들을 찾으려
영어 사전을 성경처럼 뒤적이는 일
어떻게 지내.
겹겹이 쌓이는 먼 바다 물결 위로
한 시간 일찍이 뜨는 달 탓에
한 시간 늦게 질문한 이의 낯은
정확히 가려져 있고
미리 보내둔 답장은
아직 떠밀려 가고 있으니
아마도 수취인 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