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빨 주스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
이빨이 시고 달아 견딜 수 없던 여름
앞니 두 개뿐이래도
쓴소리에 얼마간 담가놓아야 했다
이 여름이 가면 살이 빠질 거야, 따위의 말처럼
흐물흐물 되풀이하던
우린 반드시 행복해질 거야, 언젠가는 반드시
꼭 오래된 미신 같은 말들
그래서, 언제쯤 그 모든 걸 해낼 참이야.
쪽지의 말미가 그랬다
휴지 낱장 끄트머리가 젖어 있고
안부를 가장한 채 오가는 쪽지는
주고 받는다 하기엔 텀이 너무 느렸다
왜 돌아오지 않느냐고 물었지
지구를 반바퀴씩 돌다 보면
언제까지고 계절을 피할 수 있으리라 믿었으므로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장해야만 한다잖아.
공분하려다
헐거운 이빨을 모조리 퐁당 빠뜨린다
언제부터 우울이 이토록 큰 죄가 되었나
웅얼거리는 사람에게 이빨 빠진 주스를 내밀다
벌겋게 엎질러버린다
마모되고 삭아버린 마음이 두 조각
자그맣게 기포가 인다
간신히 숨을 넘기는 듯
뽀글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