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자유부인

|길을 물으려다 해방이 있는 쪽을 물었다|

by 이닻


나는 자칭 자유부인이에요

성을 묻지 말아요

이름이 예뻐요

어쩌다 보니 동성동본이에요

그게 금지인 나라도 있었는데

하필 눈이 맞았어요

시절의 폐단을 무릅쓰고


나는 당분간 자유부인이에요

자식 둘이 함께 나가 산댔어요

자매라 다행이죠

아들 하나 더 둘까 했었는데

안 그러길 잘했죠

가구도 거뜬히 옮길 줄 알아요

돈벌이도 창창하고요


나는 오늘 저녁 자유부인이에요

남편은 당직 자식들은 밥약

그런 해괴한 단어는 처음 들어요

밥을 왜 약속까지 잡아가며 먹을까

집에 널린 게 쌀이고 반찬인데

눅눅한 사람들 없어 적적하게 지은 밥

잘됐어요 쌀알을 세어보면서


우리 엄만 죽을 때까지 김장도 했는데


살얼음 낀 동치미도 오래 두면 식어요

사람은 왜 익지 않고 식는 것이냐고

큰딸은 이제 별 걸 다 물어봐요

애기 땐 안 그랬었는데

그 애는 나를 자유부인으로 부르지 않아요

우스갯소리를 싫어하죠

내가 지 엄마를 그만둘까 봐


그래도 나는 자유부인이에요

손수 지은 내 이름

무엇 하나 놓은 게 없어요

단어와 단어 사이 불균일한 틈

헐거워지겠지만 괜찮아요

임플란트를 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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