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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Jul 22. 2024

하루 한 권 독서

[글쓰기 명상]- 김성수

자기 외모에 반하는 남자가 80% 정도인 것처럼, 자신이 쓴 글에 반하는 사람도 그 정도 될 것 같다는 저자의 말이 글을 쓰는 마음을 겸손하게 만든다. 타인을 향해 던지듯이 쏟아내는 말이 환영받지 못할 때가 있다. 말은 휘발성이 강해 쉽게 사라지지만, 글은 화석처럼 굳어 오래 남아 있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시 자신의 내면적 역동을 문자로 들어내고, 마음을 알아채기 위한 자신만의 글을 솔직하게 써보라고 한다. 그리고 휘발성의 말처럼 지워버리는 것이다. 사라진 글은 약처럼 마음의 치유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수십 가지가 되는 명상법 중 글쓰기가 마음 치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만을 위한 글을 솔직하게 쓰다 보면, 반성과 성찰의 근육을 키울 수 있어 저자는  글쓰기 명상을 자기 성찰의 게임으로 칭한다. 글을 읽어 나가는 동안 저자의 탄탄한 글력을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밋밋한 글쓰기가 아니라 음양이 들어간 벽화를 보는 듯하다. ‘이런 마음을 이렇게 표현도 하는구나’라는 감탄을 쏟아내며 읽게 된다. 한 권의 책을 위해 1년을 준비했다는 저자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중 긍정성을 ‘인류 역사 이래 두려움과 근심등에 야금야금 빼앗겼던 마음의 영토’라는 표현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유사 이래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영상물과 비디오 게임, 인공지능의 발달, 스마트 폰의 신체화에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는 표현도 기억에 남는다. 자기 생각이 아니라 남의 생각으로 두뇌와 인생을 가득 채우고, 상관할 바 없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모르는 게 약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글쓰기 명상은 순간적인 자기 마음을 포착하여 단어나 문장으로 추출하는 놀이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시작의 문턱을 가볍게 해 준다.


 글쓰기 명상의 기본원리를 알 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짧아질 것이다. 글은 마음을 표현하여 내면의 갇혀 있던 마음을 드러내는 길이기 때문이란다. 글쓰기 명상을 위해서는, 쓰고 있는 자신을 신뢰하기, 어떤 글을 써도 좋다고 생각하기, 손을 계속 움직이기, 미련 없이 버리거나 소각하는 원칙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나를 이루는 구성 요소가, 마음, 느낌, 몸인데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삶의 주연들이다. 마음의 상처를 글로 드러낸 그룹이 그냥 일상적 글을 쓴 사람들 보다 43% 낮은 스트레스를 보였다고 하니,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글쓰기 명상의 소재로 구체적 주제와 예시문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아이패트 노트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대신,  나와 나누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무료함을 달래고 싶을 때 친구와 담화를 나누듯이 나의 감정과 이야기를 글로 나누어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삶의 루틴이 될 것 같다. 


 인생 연대기, 삶의 헤드라인 뽑기, 정서 연대표 만들기, 나를 기쁘게 하는 말, 나를 부정적 감정에 빠뜨리는 말, 나만의 인연 사전 만들기, 내 안의 욕구 드러내기, 내 안의 명령어 색출하기, 내 몸과 대화하기, 몸의 감각 알아차리기, 내 안의 거부 드러내기, 내면 아이 드러내기, 내 안의 천사를 만나기, 내 안의 악마 드러내기, 신과 대화하기, 화나는 이유 20가지 쓰기, 고백문 쓰기, 싫은 사람의 장점 단점 써보기, 관점 바꾸어 쓰기, 성취문 쓰기, 나의 행복어 사전 만들기, 내가 내린 좋은 결정 100가지, 21자 압축 일기 쓰기 그리고 죽음 앞에서 지금을 응시하면서 쓰기를 권한다. 쓸거리가 다양해, 재료가 떨어져 못쓴다는 변명은 사라질 것 같다. 


 나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빠뜨리는 말들을 글쓰기 명상을 통해 ‘당신의 상처에 기생하는 그 아픈 사연에 솔직이라는 빛을 쪼어 주기 바란다’라고 조언한다. 겨울 옷 다 꺼내놓고 이를 잡자고 했던 여고 시절 친구 말처럼, 마음속에 기생충처럼 살고 있는 부정적인 언어를 다 꺼내 말려버려야겠다. 긴 장마를 지나는 길이라 유난히 햇볕이 그리운 날 저자의 표현은 적절한 위로가 된다.


 내 안의 거부를 드러내기 또한 중요한 쓰기 재료임을 알 것 같다. 마음과는 달리 그냥 ‘좋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자존에 대한 불신이자 부정이다는 저자의 충고도 일리가 있다. ‘해야 한다’는 명령어도 치유대상이다. 햇볕아래 드러내서 소독을 해야 한다. ‘싶다’를 기반으로 한 욕망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성취 품목이라기보다는 드러냄으로써 해소되는 인정 욕구에 가깝다는 말도 공감이 된다. ‘싶다’라는 글은 자기 내면의 에너지와 활기를 생성하는 글쓰기임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눈을 감고 몸감각을 알아차리는 일반적 명상처럼 글쓰기 명상은 눈을 뜨고 몸 감각을 받아 적는다는 것뿐이다. 명상이 어렵다면 손과 마음의 합작으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연습을 통해 자아 성찰력이 길러질 것 같다. 유발하라리가 말하듯이, ‘21세기에 끝까지 살아남을 경쟁력은 자아 성찰력’이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인정할 줄 아는 능력이 곧 미래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가는 생존 능력이다.


 행복어 사전을 만드는 과정이,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근육을 단련해 주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언제 행복한지, 언제 기분이 우울한지를 기록해 보는 그 과정 자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21자 압축 일기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이 될 것 같다. ‘문자는 유한 생명체인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성취문 쓰기 또한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결과를 생생하게 상상하라는 <시크릿>의 책은 과정의 중요성을 잊게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미 성취된 듯이 글을 써보면서, 미리 행복감의 맛을 본 후, 맛집을 다시 찾아가듯이 그 과정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 봐야겠다. 


 죽음을 응시하면서 쓰기는 모든 갈등과 불안 그리고 불만을 순식간에 꺼버리는 찬물이 될 것이다. ‘사람은 자기 삶이 유한함을 분명히 인식할 때 지금의 삶을 행복하게 살려한다.’ 예일대 철학 교수 셜리 케이건의 말이다. 


 글쓰기 명상을 생각해 낸 저자의 독특함이 인상에 남는다. 책을 읽고 생각이 정리되고, 그리고 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는 책이다. 문득문득 찾아드는 감정들을 글쓰기 명상으로 드러내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심심할 때 휴대폰에 들어가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보다는 글로 자신의 눅눅한 감정들을 드러내 놓고 햇볕에 말리는 일이 ‘내일은 화창함’이라는 확신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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