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폴리탄 뉴욕]- 최재용
한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 나라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거대한 미국땅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다민족 멀티팝인 뉴욕은 좋은 견본 서다. 여러 민족이 혼합된 사회라 인종차별을 피부로 직접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도시가 뉴욕이라 흔히 이야기한다.
코로나 1의 팬더믹 직전 3년 동한 뉴욕에서 근무 중 접한 뉴욕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경험을 간단한 산문식으로 쓴 글이 책이 되었다. 뉴요커라는 표현은 세련된 도시 젊은이를 연상시킨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대의 장점은 사회가 젊어진다고 한다. 백인과 기타 인종의 비율이 60대 40이라고 하니 그 다양성이 얼마나 다채로울지 알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Enjoy ’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는 단순히 즐기라는 뜻이기보다는 ‘정직하게 적극적으로 행복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정직하게 적극적으로 행복하세요.’라는 표현을 서로 건네줄 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둘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표현 보다 ‘정직하게 적극적으로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야겠다.
뉴욕 근교 테리 타운의 체리티 샾(Charity shop)은 미국의 자원봉사 문화를 잘 보여 준다. 기부된 중고 물건들을 판매하며, 머리 하얀 자원 봉사자들이 넉넉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가게는 인간이 가진 가장 선한 본성을 실천하는 공간일 것이다. 수익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생활 속 제도가 미국 답다.
뉴욕은 연중행사가 거의 매달 진행되는 도시인데, 그중 성 소수자를 위한 페스티벌은 열린 사회적 태도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칵테일이나 와인을 들고,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장면을 자주 봤었다. 세미나 같은 큰 회합 전에 30분 정도, 참여자들이 칵테일 한잔을 들고 서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동양인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으리라. 유목민의 근성이라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연스러운 서양인 문화를, 농경 정착민의 조상을 둔 동양인은 한 곳의 사람과 진득하게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아 낯설 수 있으리라.
경제에 대한 미국사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소유경제 질서에서 공유경제로 개편해 나가는 ‘우버효과’가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세계적으로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를 공유하고, 자신의 집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비즈니스를 위한 회사 공간까지 공유한다는 그 신선한 아이디어가 젊은 열정들이 함께 만나 이루어 된 결과물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에 지원규제 체계가 뒤받침하고 있고, 활용 가능성을 높여 주는 자본력을 갖춘 사회가 미국이라는 곳이다. 타인의 머릿속 상상을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개방성, 개인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포용성 그리고 그것을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성을 사회가 담아내고 있어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일 것이다.
미국 사회는 ‘소비 지향’ 사회라는 말도 이해가 된다. 70% 소비 시장이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고용이 안정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은 실제 20대 대부분이 고용되어 일을 하고 있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대학을 진학해서 더 나은 급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백인의 42%, 흑인의 23% 정도만이 대학을 진학(평균 36%) 한다고 하니, 사회적으로 소모되는 과잉 교육비 지출이 적을 수밖에 없으리라.
‘경제 전반에 고용이 안정되어있어,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그래서, 과도한 입시 경쟁과 교육 비용으로 인한 국가 경제적 비용 또한 낮다. 이런 여건에서는 좀 더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해지고, 획일화된 경쟁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분야로 인재들을 배분할 수 있고, 고용 평등성이 개선되어 사회적 안정감도 높아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를 결정하는 게 고용이기 때문에 실업률, 취업율 등 구체적인 고용 목표를 집중으로 관리하고, 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게 경제 정책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Eating out give life a lift. 외식이 당신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라는 슬로건이 미국 GDP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 지향적 문화를 잘 보여주는 글귀 같다. 유독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식당에서 먹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래서 레스또랑 주가 있어, 평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음식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마케팅 전략도 독특하다.
장애인에 대한 자석은 있지만, 경로를 우대하는 자석은 없는 나라. ‘모든 사람이 다 뛰어날 필요도 없고, 또 뛰어날 수도 없지만 역동적이고 진보적인 사회를 이루려면은 많은 분야에서 거의 미쳤다고 할 정도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고, 이들이 꿈을 구추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한다.’ 저자의 생각이 그대로 실천되는 곳이 미국 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냈던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페이스 북의 주크버그 등이 미국 문화 장점의 최고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불가능해 보일 것 같은 상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미치게 만드는 무엇인가 있어야 하고, 강렬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스승의 꾸지람이든, 돈이든, 사랑이든....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현대에는 스스로 자가 발저하지 않고서는 열정을 부추길 만한 요인들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결핍과 간절함이 사라지면, 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정체되고, 쇠퇴를 밟는 순차로 간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최소한의 마진만 얻고, 나머지는 소외된 계층을 적극 돕겠다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맥도널드는, 누군가의 말처럼 세계적인 맛집이다. 맥도널드는 아메리카니즘을 구현하는 대표적 기업으로서 가장 미국적인 윤리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고도의 이미지 마케팅 전략임을 저나는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동반한 고달픔이 있지만, 좋은 교육 여건과 비교당하지 않고 맘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말은 수년전에 미국으로 이민 간 한 원장님의 말이 떠오른다. ‘미국은 지루한 천국 같고, 한국은 신나는 지옥 같다.’
지나친 관심이 일상화되어 비교를 스스럼없이 하게 되는 한국은 어느 한쪽이 피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도 공감이 간다.
미국문화를 보면 빼놓을 없는 것이 총기 소지가 합법이라는 것이다. 매년 총기 난사로 사회적 무리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제한하지 않는 이유가 미국인답다. 총기 소지 때문이 문제가 아니고, 총기를 범행으로 이용하는 아웃라이어 들의 이상 행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이상 행동 억지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세금의 상당수를 납부하고 있는 군수 업체의 로비력도 한몫하고 있다고 하나 총기 규제를 하지 않는 게 사회적 비용이 더 절약 때문이라고도 한다.
없는 자와 가진 사람의 차등 시스템이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가진 자에 대한 권리보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다. ‘내가 지불한 만큼 혜택 받을 수 있다.’라는 자본주의 기본 공식이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고, 가격과 서비스에 차등을 주는 것 또한 사회적 불만이 제기되지 않는다고 한다.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포괄적 시스템이 잘 자리 잡은 사회라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어서 각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대체하지만, 퇴근 시간이 더 빨라지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고 한다. 근무시간 중 점심시간 한 시간을 동일하게 주고, 함께 밥 먹기 위해 우르르 사무실 주변을 몰려다니는 직장인들이 오히려 미국인들에게는 신기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생활 속 깊은 곳까지 문화 차이가 깊다.
부모나 조부모의 유품을 버리지 않고, 자신이 필요하면 소장하고 쓰는 문화도 실용적인 것 같다. 미국인 교사인 사이러스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 시계를 여전히 손목에 차고 다니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소득이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사회 전반에 소비지향을 위한 마케팅이 발달한 실용주의 나라 미국에 대해 알게 된다. 유독 경찰이 많아 일상생활에서 경찰의 합법적 면죄부도 많은 도시인 뉴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세상의 모든 도시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