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라이팅]- 오병곤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문자를 주고받는 일부터, 회사의 기획안이나 보고서 그리고 허구와 사실들의 조화를 다룬 책까지. 매일 만나는 타인의 글들이 눈으로 들어와 바로 사라지는 것들이 있고, 깊은 내면까지 묵직하게 내려앉는 문장들도 있다.
자기 혁명 프로젝트 연구자인 저자의 책은 문학을 위한 글이 아니라 실용적인 글쓰기를 이야기한다. ‘당신은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글을 못 쓰는 겁니다.’ 책표지는 그렇게 넌지시 알려 준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것이 글쓰기라는 것이다. 보고서를 쓰는 일상을 가진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재료가 풍부하다. 또한,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글을 써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려 주는 책이다.
직장인 글쓰기의 오류를 이야기한다. 독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다. 핵심이 잘 드러나지 않고, 방법에 집착하느라 결론과 이유가 약하다. 주장은 있지만, 그 주장에 대한 논리가 부족하다. 전문용어를 쓰며, 어렵게 길게 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글은 타인을 위한 것이다. 내 것에서 나오지만 타인이 소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학교 교육에서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글쓰기를 다루지만 효과적으로 의사 전달에 중점을 두는 실용적 글쓰기는 소홀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하버드 졸업생들이 쓰기 능력이 사회생활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저자의 말처럼 직장인의 글쓰기는 자신의 능력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 도구다. 그러기 위해서는 4C(Customer 독자, Core 핵심, Concrete 논증, Concise 간결) 원칙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
책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 스마트 라이팅의 기본인 4C 전법 그리고 글쓰기 실전법을 다루고 있다. 쓰기에 목마른 직장인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예시를 잘 보여 준다.
4C 전법은 기억하기 쉽다. 내 글을 읽는 독자를 단 한 명으로 정하고, 그를 이해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다. 핵심은 결론이 먼저 오는 쓰기다. 실제,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한생들의 리포트 중 결론이 후미에 나오는 경우, 교수가 읽기도 전에 나쁜 점수를 부여하기도 한다. 글의 결론을 기승전결로 마무리 짓는 것에 익숙한 오류 때문이리라. 결론부터 제시할 때 글은 가야 할 방향이 더 뚜렷해진다. 논리와 사례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연습은 부지런함을 요구할 것이다. 누구나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 해줄 논리나 사례는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한 활동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장황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단명료하게 쓰는 간결의 원칙 또한 기억해 두어야 한다. 4C 원칙에 따른 한 장의 보고서는 결정권자의 명쾌한 동의를 부를 것 같다.
‘글쓰기는 창의와 공감이라는 인간의 능력을 향상하는 희망의 도구다.’
전문가가 자신의 능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려운 내용을 쉽고 설득력 있게 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6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을 때 고도의 경지에 올라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재승의 과학 관련책을 좋은 예로 보여 준다. 실제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업무 중 3분의 1이 글쓰기와 관련된 일이라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에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써낼 수 있을 때 가상의 브랜드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때문에 알게 된다는 소제목도 기억에 남는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인용글이 잘 책과 잘 어울린다. ‘독서는 정신적으로 충실한 사람을 만든다. 사색은 사려 깊은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논술은 확실한 사람을 만든다.’
스마트한 라이팅을 위해서는 3가지 질문에 긍정의 답을 할 수 있을 때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해하기 쉬운가, 재미가 있는가, 그리고 가치가 있는가. 실용적 글쓰기의 원칙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부분만 필사하는 초서, 책 전체를 필사하기, 말하듯이 글쓰기, 의식의 흐름으로 쓰기 그리고 하루 20분 쓰기를 정해 매일 실천하기다.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하고, 많이 써야 완성품을 만들기 위한 조각칼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는 헤파이스토스(노동의 신)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뮤즈(예술의 신)의 영역이다.’ 저자의 글쓰기 예찬 문구가 신선하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독서법 중 ‘전작주의 독서’는 시도해 볼 만하다. 한 저자의 책만 다 읽다 보면 그 작가의 생각과 글쓰기법이 흰 눈 위에 찍힌 발자국처럼 쉽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도서 후 1장에 핵심내용을 요약하고, 명문장이나 사례를 3장 이상 써보고, 소감이나 아이디어는 1장으로 마무리 짓는 독후감쓰기도 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주위를 잘 관찰하고 글로 써낼 수 있어야 한다. 말하는 만큼 쓰는 일상이 삶의 영역으로 들어올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목차 구성하기기 중요하다. 글쓰기를 위해 관련자료를 찾고, 핵심 키워드 2~3가지를 찾아내 연결한다는 것이다. 쓰고자 하는 소재와 주제를 정하고, 글의 구조를 설계한 후 첫 문장을 준비한다. 마치 김장하는 순서 같다. 모든 것을 글의 주제와 연결하 겸 쓰되, 망설이지 말고 그냥 쓴다는 것이다. 쓰고 난 후 수정하면 된다.
수정의 원칙도 도움이 된다. 첫 수정은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것이다. 주제와 뼈대를 관찰하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두 번째 수정은 글의 흐름이 잘 흘러가는지를 보는 것이다. 문단의 연결을 보는 것이리라. 세 번째 수정은 글의 기본 단위인 문장과 단어가 적합하게 쓰였지는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기본 수정법 외에 서론과 결론을 정리하기, 문장을 짧게 쓰되 단문과 장문을 잘 혼합했는지 보는 것이다. 주어와 서술어 맞추기도 권유한다. 출력해서 소리 내어 읽고 리듬감을 살리라고 한다. 불필요한 내용은 과감하게 걷어내라는 조언도 기억에 남는다. 글쓰기는 저자의 말처럼 성실함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지식의 저주(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은 상대방도 알고 있다고 생각)를 벗어나야 하고, 인지적 구두쇠(최소한 적게 생각하려는 뇌)를 이해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음을 책은 이야기한다. 처칠의 PREP(Point 주장, Reason 이유, Example 예시, Point 마무리) 법도 도움이 된다.
저자의 말처럼 어휘의 빈곤이 사고의 빈곤을 부른다는 것을 느낀다. 적합한 단어를 찾고 모으는 과정을 부지런히 해야 함을 알 것 같다.
책에서 소개된 매뉴얼 작성법이나 이메일로 문서를 보낼 때 제목에 담길 핵심내용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용적 글쓰기 법에 대한 메뉴엘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