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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드시선 May 12. 2022

러시아인의 성격

왠지 한국 정서와 통한다 했어!

그저께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


해외여행이 닫히자, 러시아 사람들이 국내여행을 하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중요 목적지가 됨은 당연지사. 수많은 가족단위 여행객들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요즘이다.


4인 가족이 탑승하여 버스비를 계산하려고 한다. 버스카드는 없고 신용카드만 있다. 하지만, 미리 숫자를 입력하지 않으면 1명만 결제된다. 그리고 혹시 검사원이 들이닥쳐 결제를 하지 않은 것이 발각되면 큰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아버지는 어떻게 4명을 결제할 수 있냐고 차장 아주머니에게 물어 보는데...


차장은 안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그건 결제하는 사람이 알아서 하는 거라며 다른 사람 차비 확인하러 이동한다. 그리곤 다시 그 가족에게 오더니 묻는다. 결제했냐고!


남자는 화를 내며 어떻게 결제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결제했냐고 물으면 되겠냐, 차장이 하는 일이 뭐냐고 따진다.


그제서야 차장은 결제 방법을 알려 주고, 사태는 일단락 되었다. 그런데 좀 미안했던지, 차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어디를 보면 좋은지 갑자기 관광지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남자도 겸연쩍게 그 말을 받으며 서로 웃는 얼굴로 대화가 끝난다.


이런 일은 러시아에서 가끔 보는 장면이다. 러시아인들 성격이 어떻냐고 손님들이 물을 때, 나는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어떤 때는 논리적인데, 어떤 때는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논리와 감정이 어떻게 같이 갈 수 있을까? 둘 중에 하나로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더 맞을까? 여태까지 고민하였는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며 답을 찾은 것 같다.


오구라 기조가 한국 사회를 '리'와 '기'로 설명하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논리와 감정을 동전의 양면처럼 겸비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살면서 한국의 정서가 러시아와 통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그게 어디서 왔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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