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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고메리 Sep 30. 2023

2화. 저경력교사, 교과 전담선생님이 되다.

운이 좋았습니다.

  첫 발령지에서 처음 만난 우리 반의 33명의 친구들! 지금 생각해 보면 순박하고 재미있는 추억이 많았는데 주의집중이 잘 안 되고 산만하다 보니 수업분위기 조성이 힘들었던 한 해였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한 학기의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첫 해에 만난 친구들 중 두 친구가 종종 기억이 난다. 하루 종일 찰흙을 만들던 승규. 어느 날 미술시간은 2시간이었고 찰흙으로 인물표현을 했다. 정해진 두 시간이 끝나고 다른 공부를 하는데 승규는 만들던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고, 그만둘 수 없었다. 계속 작품을 완성을 하고자 다른 수업이 이어지는 시간에도 계속 열중하고 있었다. 하루 수업을 다 마칠 무렵 드디어 완성을 했다. 사물함 위에 전시를 해놓는 날동안 승규는 작품을 두고두고 보면서 뿌듯해했다. 평상시 장난도 많고 호기심도 많았던 아이라서 기억이 난다.     

 또한 얼굴에 웃음기 가득했던 한수도 기억이 난다. 학기 초에 친구를 때려서 보호자상담도 했고 친구에게 사과를 했고 이후 위클래스 상담으로 이어졌던 다문화가정의 학생이었다.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진행된 학부모상담에서 어머님께서 아이가 자존감이 부족하다가 미리 말씀을 해주셨다. 어린 시절 외국에서 자랐고 우리나라로 왔을 때 놀림을 받았던 성장과정으로 인한 아이의 특성을 설명해 주셨다. 아이는 그 후 폭력적인 행동이 있어서 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다. 수업시간에도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떠들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한수로 인해 초기에 어려움이 있어서 담임인 나도 어머님도 많이 힘든 점이 있었다. 하지만 한수와 생활해 보니 첫인상과는 달리 아이가 점차 친구들과 잘 지냈고 수업태도도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친구들도 점차 한수를 좋아하게 되고 잘 지내게 되어 학기를 잘 마무리하게 된 기억이 있다. 학기 초부터 한수에 대해 더 잘 파악하여 학교생활 적응을 좀 더 빨리 하게 도울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처음 발령을 받은 나는 저경력교사였다.


  “저경력교사”

  처음 발령을 받으면 신규교사라고 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1급 정교사를 받기 전까지를 저경력교사라고 부르는 것 같다. 1급 정교사는 해당 연수를 방학 동안 이수하면 받는다. 교직경력이 만 3년이 지나야 신청할 수 있고, 연수대상자가 많이 밀려있는 경우도 있어서 보통 4년 차~5년 차 무렵 즈음하여 1급 정교사가 된다.

  저경력교사는 멘토가 필요하다. 교사가 담당하는 일은 학생교과지도, 생활지도와 상담, 업무 관련이므로 이에 대한 멘토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저경력일 때 수업에 관련하여 멘토링컨설팅을 받는 수업공개를 했던 기억이 난다. 멘토님이 여러 조언을 해주셨고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다.


  생활지도와 상담의 경우, 주로 학년연구실에서 조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프로그램보다는 선배교사, 동료들과 함께 티타임, 회의시간을 통하여 조언을 많이 받는다. 사실 학교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교실 컴퓨터에 오는 메신저를 확인하며 정해진 일들을 처리하는 데에도 너무 정신이 없고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학년연구실에 잘 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색하기도 했고, 정말 바빠서 못 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동학년 선생님들이 계신 곳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혼자서만 일을 할 때는 놓치기 쉬운 제출기한, 수행평가 일정,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행사 일정, 상담 시 주의 사항 등등을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 그리고 서로 소통을 하면서 정보교환이 되고 꿀팁을 자주 교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업무관련해서는 1대 1로 물어보는 것이 제일 좋았다. 사실 바쁜 시기에 물어본다는 것은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실수를 하거나 엉뚱하게 하는 것보다는 낫기에 용기를 가지고 물어보면서 업무를 파악해 나갔다. 중간에 업데이트가 되거나 변경되는 경우에도 처음 버전과 메뉴를 잘 파악해 놓으면 조금씩 변동되어 가는 것이기에 적용이 수월해졌다.

  한 학기 동안 33명의 담임을 하면서 저경력교사로서 수많은 일들을 적응해 가는 것이 많이 벅찬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2년 차, 3년 차에 교과전담 선생님이 되었다.

나의 경우는...지금 생각해 보니 운이 좋았다. 

(전담선생님을 희망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의 상황에 따라서 경합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상황은 굉장히 다양하다.)


  담임교사들을 총체적으로 관찰하고 학교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학급의 일상적인 모습들, 아이들을 줄을 세워서 전담교실에 보내는 일, 아이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맡은 일을 수행하는 일, 나이스의 다양한 업무들과 메뉴들에 익숙해지는 일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에 전담교사라는 입장은 저경력으로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첫 해에 힘든 학급을 만나서 담임교사라는 책임에 대하여 부담을 느낀 상황에서 교과를 가르치면서 다시금 교직관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의 경우, 6학년 수학여행을 인솔교사로 함께 가는 경험도 있었다. 당시 담임교사들이 남교사가 많았고

여학생들을 챙기기 위하여 여교사로서 함께 인솔을 하게 되었다. 체험학습은 안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담임교사는 아니지만, 약품가방을 챙기면서 함께 아이들을 지도하는 경험은 저경력교사로서 큰 경험이 된다.

왜냐하면, 저경력이다보면 체험학습시 아이들을 세세하게 어떤 면들을 챙겨야 하는지 미숙하기 때문에 경력교사들의 세세한 모습들을 눈여겨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의 폭이 넓을 수록 교사로서의 내공과 역량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담교사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각 반의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매 시간 학습분위기를 정립하고 아이들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학급에서는 아침에 학습분위기를 형성하면 하루동안 유지되는 반면, 전담교실에서는 매 시간 에너지를 써야 한다.

  또한 나의 경우, 학급별 진도를 맞추어야 하고 짧은 40분의 시간 동안 주어진 학습내용을 완수해야 하므로 굉장히 타이트하게 수업진행이 되어야 해서 (영어교과의 특성상) 목도 많이 쓰게 되어 목소리의 피로감이 더 쉽게 왔다. 사실 선생님들은 목이 많이 피로하고 성대결절이 자주 온다.

영어교실이 굉장히 커서 큰 목소리로 수업을 해야 했다.

  전담교사를 하면서 33명의 담임을 할 때보다는 부담이 적었다. 그래서 할만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를 지나가는데 초임 때 부장님이셨다 다른 학교로 가셨던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인사를 했다.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노선생, 요즘은 어떤가요?”

“네, 전담을 하고 있는데, 좋은 것 같아요”

“응, 그런데 담임경험도 쌓아보는 것이 좋겠어요”라고 진심 어린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또한 당시 교감선생님께서도 이런저런 교직에 대한 조언을 해주셨다.

전담도 좋지만 담임을 해보는 것도 소중해요.라고. 그래서 2년 차~3년 차를 지나서 다시 용기를 내어 담임을 지원하게 된다.     



 전담을 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6학년 학생이 있다. 도시에서 전학을 왔고 참으로 똑똑한 학생이었다. 학업 수준도 높았으며, 성격이 당찬 학생이었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잘 표현했고 잘 챙겨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생답지 않은 언어표현과 친구들에게 자기주장만을 강하게 하는 면이 있어서 참 아쉬웠다. 어느 날은 수업시간에 잘못된 행동을 하여 이에 대해 주의를 주었으나 그날도 자기 입장만 주장하여 서로가 마음이 많이 상했던 날이 있었다. 담임이 아닌 전담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지도하기에 아직 내공이 부족하구나 여겨졌고, 학생 상담과 폭넓은 대화의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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