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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고메리 Oct 01. 2023

3화. 시골학교에 대한 로망

시골학교의 겨울은 참...춥더라.

어느새 나는 이곳에서 살고 있다.
내가 꿈을 꾸는 대로 이곳에 왔고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인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들도 꿈을 꾸는 대로 인생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나는 예전부터 시골학교에서 일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처음 시작은 어린 시절, 내가 다녔던 학교에 대한 기억이다.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속한 병설유치원을 다녔고, 초등 1학년을 다녔다. 그때는 국민학교였지. 1980년대의 시골학교에 대한 기억은 아주 아련하다. 나도 어릴 때라서 가물가물하지만,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던 기억, 나뭇가지를 들고 바닥에 계속 그리고 쓰고 했던 기억, 고무줄놀이를 하던 친구들의 기억이 남아있다. 한 학급에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서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점 등. 마음속에 순박한 추억이 있다. 그 후론 도시로 이사를 와서 성장하였지만, 항상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어린 시절에는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후 둘째를 낳고 아이 치료를 위해서 서울의 병원을 오가면서 그 생각이 다시 간절해졌다. 아이들에게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마음껏 뛰어놀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을 하게 할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너무 좋았다.

  그 즈음 우연히 한 사진을 보게 되었다. 묘사하자면, 눈이 많이 온 시골길에 아침 첫 발자국을 내며 출근하는 시골학교 선생님의 글이었다. 시골주택에 살고 있으며 눈이 많이 와서 손을 호호~불면서 아이들 손을 잡고 출근하는 길, 낭만적이었다. 언젠가 나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꿈을 꾸는 사람은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모습을 닮아간다.

 현재 시골에 살고 있고 시골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시골에서의 삶은 아니다. 어중간한 정도라고나 할까? 시골신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집안에서의 삶은 도시와 다를바는 없다. 하지만 집밖을 나가 조금 걷다보면 시골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학교도 시골학교이기는 하나, 곧 이전을 계획하고 있어서 과도기적인 단계이다. 더 이상은 작은 학교라고 할 수 없는, 신도시 인근이며, 입주아파트가 인근에 있어서 학생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간 규모의 학교이다.     


 첫 발령지부터 행정구역상으론 시골이었지만 발전이 많이 된 곳으로 왔기 때문이다. 첫 발령을 받은 곳이 시골이지만 신도시 한복판의 신설학교였다. 인근에 아파트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 키우기에 편리하고 안전한 아파트에 살게 되었던 것이다. 주택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면 이동거리를 감수하고 주택으로 거주했으나 그만큼의 결단력이 없었고 아이 유치원거리 등의 현실적인 요건들을 고려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러면서 작은 학교에 대한 궁금증의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

“언젠가는 시골학교에 근무하고 싶어요”

“시골학교에 근무하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라는 말을 하면, 선배교사님들은 대개는 이런 조언을 해 주셨다.

“초임 때 시골학교에서 근무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다행히 발령동기들이 있어서 그 시기를 이겨냈어요”

“시골 소규모학교는 업무가 상상을 초월해요. 한 명이 담당하는 업무가 너무 많아서 정말 힘들어요”라는 입장의 조언들이 위주였고, 낭만에 대한 언급은 찾기가 어려웠다.



나는 막연하게 업무가 과중하다고 하는 시골 소규모학교에 대한 상상을 키워갔다.     

  도시에서 기간제로 근무할 때 들은 이야기는 요즘 시골학교는 지원이 많아서 오히려 시설이 도시보다 좋은 곳이 많고 아이들을 케어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소문과 상상속에 나는 첫 발령지인 신도시 신설학교에서의 근무연한을 모두 마치고 인근 6학급의 작은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드디어 상상속의 시골학교의 로망이 시작되는 것인가?     


  일단 학교의 외양은 내가 어릴 때 다니던 30년이 넘은 그 시절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교문을 들어서면,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1학년 ~ 6학년 교실이 한 개씩 있었다. 학교의 앞마당에는 공작새를 키우고 연못이 있어서 금붕어가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예쁜 코스모스 밭을 지나면 텃밭이 있고 광활한 운동장이 있다. 운동장이 정말 넓고 아름다운 학교이다.

  운동장입구에는 아주 큰 벚꽃나무가 있다. 봄에는 흐트러지게 날리는 벚꽃의 아름다움을 한껏 누린다.

  

 겨울에는 창문을 열면 아름다운 하얀 풍경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 정원에서 소곤소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뛰어 놀 수 있다. 아쉽게도 인근 입주아파트로 인하여 전학생이 많이 늘어나고 인근 도시 중앙부로 이전을 하게 되어 큰 학교의 면모로 변하는 과도기에 있다. 영원한 것은 없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시골에 살고 있으면서 좋았던 점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자전거산책이다. 8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남편은 두 아들과 함께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떠났다. 도시에 살 때는 자전거가 있었지만 길이 복잡하여 자전거산책은 주로 아파트 단지인근이라서 이동거리가 크지 않고 횟수도 적었는데, 이곳에 오자 자전거 탈 길이 넓고 잘 되어 있어서 너무 좋아했다. 두 아이들 데리고 마음껏 소풍처럼 이웃 도시까지 다녀오는 것을 꽤 오랜 기간을 했다 대략 3년 이상? 둘째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고 천식이 있어서 병원을 자주 갔다. 호흡기가 안 좋다보니 병치레가 잦아서 말랐고 약했다. 호흡기치료기를 코와 입에 대고 챙겨주며 힘들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커가면서 체력이 튼튼해졌고 자전거 산책을 통해 튼튼해졌다고 믿고 있다.


  둘째는 운 좋게 너무나 시설이 좋은 도서관이 인근에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 근처에 호수가 있다. 주말에 도서관을 찾고 호수와 연결된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이 곳을 떠나는 것이 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이 곳에서 가장 애정하는 곳이 도서관과 인근 산 둘레길이다.


 셋째는 그냥 집을 나가서 산책을 하며 만나는 길과 텃밭이다. 주택에 살지는 않지만 공공 텃밭이용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서 주말을 이용하여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봄~여름까지는 방울토마토, 상추, 쌈야채, 호박등을 재배하고 가을에는 고구마를 수확한다. 아주 작고 소소한 텃밭이지만 땅을 밟으면서 농사를 체험한다. 남편은 텃밭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텃밭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힐링을 느끼는 남편을 보면서 은퇴를 할 나이가 되면 텃밭이 딸린 작은 주택을 마련하여 그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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