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발령, 교직 1년 차 때를 생각하면 그때 만났던 33명의 우리 반 친구들이 떠오른다. 심한 장난꾸러기들이었다.
교단에 서는 사람으로서 1년 차에 만난 친구들은 참 큰 의미가 있다. 얼마 전 방학 동안 참여했던 연수에서 만난 경력이 30년이 넘으신 선배님은 교직 1년 차에 만난 아이들 이야기를 하시면서 눈에서 빛이 났다. 작은 학교였고 지금은 폐교가 된 곳이라고 하시면서 아쉬움 표정과 함께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말씀하시며 함께 했던 추억을 말씀해 주셨다. 첫 제자! 그 얼마나 설레는 단어인가?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 33명은 부담스러운 숫자였다. 서툰 업무와 함께 아이들과 생활하는 하루의 일과는 바쁘게 돌아갔다. 당시 우리 반은 주의집중이 안되며 산만한 분위기가 많았다. 중간발령으로 2학기부터 만난 아이들과 학습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아이들은 자주 싸웠고 생활지도가 많이 필요했다. 출근을 하면 긴장을 했고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9월에 개교한 신설학교라서 교사의 대부분은 신규교사로 채워져 있었다. 10명이 넘는 신규교사, 동학년 3명의 담임교사는 모두 신규교사였다. 나는 교육경험이 몇 해 있었고, 발령 전에도 도시에서 기간제 담임교사로 경험을 쌓으면서 준비해 왔었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33명의 활동적인 우리 아이들을 만나고선 많이 좌절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2016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규학교 개교와 정착을 돕기 위해 나선 몇 분의 부장선생님들 덕분이었다. 나이스 업무에서부터 학생 생활지도와 학교 전반 세세한 하나하나를 부장님을 붙잡고 물어가면서 한걸음 한걸음 배워나가는 저경력교사였다.
모르면 당연히 물어보아야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며 나이도 많은 신규였던 지라 한번씩 도움을 청할때면 용기가 필요했다. 여러번 물어보기가 죄송해서 메모도 해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교사 커뮤니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렇게 1년 차를 마무리하고 앞으로 내가 담임교사를 할 수 있을까? 자괴감이 들었다. 다행히 2년 차~3년 차 사이에 전담교사 자리가 있어서 2년 동안 교과전담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업무면에서도 학교 교육계획과 예산의 흐름을 익힐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학교는 일 년의 주기를 갖고 반복하여 돌아가기 때문에 일 년을 지낸다면 같은 업무일 경우, 다음 해에는 부담감이 많이 줄어든 채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전담으로 있는 동안,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담임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자연스럽게 다양한 학급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어떤 학급은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예절 바르고 수업태도가 좋고 학습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그 반의 담임선생님은 어떻게 지도하실까 하는 궁금함을 갖게 하는 반이 있었다.
같은 담임선생님이라도 매년 만나는 아이들이 다르기에 해마다 다르시다고 한다. 하지만 담임의 교육관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 시너지가 맞고 조화를 이룰 때 그 학급의 일 년 한해살이는 참 의미 있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년 차가 마무리되어 갈 때, 이제는 담임교사를 해야 할 때가 왔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전담을 할 때 마음속으로 존경한 선배 담임선생님이 계셨기에 그 선생님과 동학년을 하면서 배움을 얻고 발전해보고 싶어서 3학년을 지원하게 되었다. 또한 나와 발령동기인 선생님도 함께 같은 학년을 지원하게 되면서 셀레는 2019년을 맞이하게 된다.
2월 중하순경, 함께 하는 교육과정 수립주간이 되었다. 새로운 해에 동학년선생님들과 함께 모여서 자기소개를 하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어색하면서 반가웠던 날.
당시 학년은 6반까지 구성되었고 다른 학교에서 전입해 오신 조 선생님이 학년부장으로 오셨다. 부장교사는 주로 학년부장, 업무부장으로 나뉜다. 부장님들마다 협의문화의 스타일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조 부장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고 고민해보고 하는, 협의문화를 중요시하는 분이셨다.
새 학년이 확정된 후 2월은 학년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학급별 교육과정을 세우는 매우 중요한 계획 시기이다.
학년회의, 학습공동체가 꽤 자주 이루어졌고 학급교육과정 만들어가기, 운동회에 대한 협의, 마을교육과정으로 사회과 다양한 체험학습계획을 함께 했던 과정들이 기억에 남는다. 여러 교사들이 함께 의논하고 학년교육을 위해 논의했던 문화가 참 좋았다.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내가 존경했던 김 선생님과는 2년 동안 동학년을 하면서 많이 교류할 수 있었다. 나는 김 선생님께 특별한 학급 규칙이 있는지도 여쭈어보고 여러모로 배우고 싶었다. 함께 하는 동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나만의 학급경영 노하우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들마다의 성향, 교육관, 성격, 분위기, 학급경영의 중점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학급경영방침이라고 해도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학년 아이들과 함께 한 1년은 다채로웠고 의미 깊었으며 다양한 협의를 통하여 학급경영이 성장해 가는 한 해를 보내게 되었다. 그 해를 기억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초록색 학급티를 입고 우리 고장의 다양한 장소를 체험학습으로 갔던 날들의 기억이다.
교직에 들어선 신규교사는 어떤 모습으로든 한해살이를 계획하고 학급경영을 해나간다. 작은 학교, 큰 학교 등 여러 모습이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바로는 한 학년에 한학급으로서 신규교사가 학년교육과정을 모두 계획해야 하는 상황보다는 동학년이 5~6 학급이상 있고, 다양한 경력의 선생님들과 함께 협의해 나가면서 일 년을 경험해 보는 것이 이상적인 출발인 것 같다. 첫 발령지의 학교 규모와 상황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