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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an 09. 2024

언제까지 TV만 보고 있을건데?

남편 육아휴직 일주일째. 남편의 오전일과가 정해졌다. <나는 Solo> 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모아 보기. 일어나자마자 폰을 잡고 이어폰을 낀 채 누워서 몰아보기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왜 한숨이 자꾸 나오는지. 못 본 척 나도 방으로 들어와 노트북을 켰다. 


남편이 휴직을 시작하며 들 떠 있을 때, 나는 지난 9년간 집에서 놀아 본 사람으로서 한가지를 조언했다. 


"여보, 생각보다 1년은 금방 지나가. 계획이 없으면 어영부영 그냥 끝날거야. 계획을 좀 세워보면 어때?"

"아니. 지금까지 너무 계획대로 살았어. 이제 아무 계획없이 막 살아볼거야."


그래. 몇 일 지내보면 스스로 깨닫겠지싶어 말을 줄였다. 


일주일은 무언가를 깨닫기에는 짧은 시간인걸까. 남편은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면 이어폰을 꽂은 채 TV몰아보기에 여념이 없다. 


그나마 아이가 학교에 갈 때는 억지로라도 다같이 일찍 일어나 함께 식사를 하고 아이가 나간 후에 각자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가 방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모든 일상이 무너졌다.


v 아침에 누구도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어졌다. 암막커튼을 치고 자면 8시가 넘어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침시간 1시간이 사라졌다. 


v 서둘러 씻고 나갈 일이 없다. 회사에 갈 일도 없고, 학교에 갈 일도 없어지니 아무도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나갈 채비를 하지 않는다. 덕분에 지독한 집콕 생활이 이어지고 어영부영 오전이 다 지나간다. 


v 아침에 일어나 강의를 듣고, 글을 쓰던 나의 일과는 완전히 무너졌다. 두 남자가 집 안에 있으니 자꾸 신경이 쓰여서 내 일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일과가 필요해.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될거야.'


초조한 마음이 드는건 MBTI 'J' 형인 탓인걸까, 9년 놀아본 사람으로서 하는 충고일까. 


다시 적응해야한다. 우리 셋이 함께 지지고 볶고 할 수 밖에 없는 1년을 위해 나의 일과도 새롭게 짜야할 것 같다.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미라클모닝을 시작해볼까 싶다. 온가족이 다같이 아침 산책을 다녀오는 일정은 어떨까? 가족회의를 열어야겠다. 


자~ 모두 모여봐! 이렇게 살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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