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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an 16. 2024

휴직자의 여행

1년 동안 온가족이 놀기로 했다고 하니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좋겠다. 이 참에 여행 많이 다녀!"


육아휴직을 결심한 남편이 기대에 부풀어 하던 말. 


"우리 저렴한 가격에 티켓 나오면 무조건 떠나자!"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 


막상 여행을 떠나려고 교통수단을 알아보고 숙소를 찾아보다가도 금액에 자꾸 망설여진다. 수입이 없다고 생각하니 지출이 두렵다.                                                                                                                 


우리 가족의 여행스타일은 '럭셔리 휴양'이다. 


일단 나와 아들은 잠자리에 매우 예민해서 방의 온도, 습도, 침구, 청결상태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때문에 웬만하면 숙소는 검증된 리조트나 호텔을 선호한다. 남편이 여행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맛집투어이므로 아침부터 야식까지 대충 떼우는 일이 없고, 반드시 삼시세끼 지역 맛집을 찾아 다녀야 한다. 메뉴를 시킬 때도 셋이 갔어도 4인분을 시키는 것이 암묵적 룰이니 한끼에 4~5만원은 우습게 든다. 집돌이인 아들에게 여행은 별 다른 의미는 없지만 여행지에서의 특권처럼 휴게소에서 뽑기를 하거나 이것저것 기념품을 사달라고 졸라 뭐라도 하나 얻어갈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라야 한다. 1년 동안 쓸 생활비는 모아두었지만 여행경비까지는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저렴하게 그러면서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손품을 팔아야 한다. 예전같았으면 별 생각없이 지역에서 유명한 리조트나 호텔을 예약하고 예산 계획도 없이 코스를 짜고 맛집을 검색했겠지만 그런 식으로 돈을 써서는 쉬는 동안 두번 다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거다. 철저하게 예산을 짜고 가성비 좋은 숙소와 맛집, 입장료가 없는 관광시설까지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강릉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그리고 숙소를 결제하기 직전. 


3만원을 더 주고 오션뷰를 선택할 것이냐. 3만원을 아끼고 답답한 건물뷰를 택할 것이냐.


평소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동해바다의 멋진 일출을 숙소에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3만원에 구매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보. 3만원에 일출뷰를 살까?"

"아니. 옷 껴입고 밖에 나가서 보자. 3만원 아껴야지."


3만원을 아껴 건물뷰를 선택하고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방한용품을 든든히 챙기는 것으로 합의한다.


세상은 변함없지만 나의 상황이 달라지니 많은 것이 바뀐다. 여행지에서는 리조트나 호텔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세상에 에어비앤비가 들어오고, 모텔급의 저렴한 호텔이 들어온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 대신 비비고 미역국이 들어온다.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이 나의 세상으로 새롭게 들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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