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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Dec 11. 2023

왕따 좀 당해본 초등교사가 왕따를 해결하는 방법

따돌림을 겪을 때, 함께해줄 단 한명이면 충분한 위로가 된다.

"학교에 오는 것이 매일 같이 행복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에 오는 것이 불행해서는 안된다."


청소년기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떨어진 성적도, 나와 안 맞는 선생님도 아니다. 바로 "친구들과의 관계"이다. 그래서 나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이면 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있는 교실 안에서 결코 따돌림은 용납하지 않는다."

가끔은 친구랑 싸울 수도 있고, 또 가끔은 숙제를 안 해올 수도 있다. 그러면 선생님은 물론 혼을 낼 것이고, 너희는 반성을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따돌림은 다르다. 너희의 반성도, 나의 용서도 없다.


내가 이런 교육 철학을 갖게 된 이유는, "다들 예상했을 수 있겠지만" 나도 어린 시절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겪어본 따돌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팠고, 힘들었다.


하필이면 가장 예민한 시기인 초등학교 6학년,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학을 갔다. 친구는커녕 아는 얼굴 하나 없는 학교에서, 처음에 나는 완벽하게 혼자였다. 나는 물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먼저 말을 걸지도 못했다. 더욱 문제는 이미 형성된 당시 반의 분위기였다. 대장 노릇을 하던 몇몇 학생들과, 그 학생들에게 꼼짝 못 하는, 마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6학년 교실이었다.

당시의 나는 그 반의 모두에게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사실 그 누구도 나를 미워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의 교실에서는 반드시 누군가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이상한 분위기였고, 그 따돌림의 대상이 내가 되지 않아야 할 이유 또한 없었다. 따돌림을 주도하는 몇몇 여학생들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용기 있는 학생 또한 물론 없었다.


당시 나는 우리 반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의 친구가 되어준다면, 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전 학교 친구들의 진심 어린 위로도, 엄마의 살뜰한 조언과 보살핌도, 결코 그 시기의 나를 괜찮게 만들 수 없었다. 오로지 내가 있는 그 6학년 교실의, 누군가여야만 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며 우연한 계기로 친한 친구들이 생겼고, 아주 힘들게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슬프게도 나를 뒤이어 누군가는 또 다른 왕따가 되어야만 했다. 당시 그 반의 분위기는 그랬다.




지금까지 초중고, 대학교 학창 시절과 10여 년 간의 사회생활을 되돌아보면, 인간의 본성인지, 집단의 본질인지, 무리가 생기면 늘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내가 왕따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우리 반에는 또 다른 왕따가 생겼고,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심지어는 교직 사회에서도 정도와 양상만 달라질 뿐 언제나 소외되는 사람은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초등학교 시기의 왕따에 더욱 주목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의 왕따는 보통 중고등학교 시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기, 교우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결국 중고등학교 시기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학교에 가도 과거 우리 반 왕따라는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교사로서 초등학교 시기의 따돌림을 예방하여 근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왕따가 생기려 할 때, 따돌림을 받으려 하는 그 아이의 옆에 있어줄 단 한 명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누군가를 소외시키려는 움직임은 언제, 어디서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철저한 혼자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옆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 1학년 교실에서, 나 스스로 그 누군가가 되어보았다. 물론 1학년에게 효과는 만점이었고, 우리 반에는 여전히 따돌림은 없다.


물론 고학년 교실에서는 또 다르다. 그 누군가가 되어줄 사람이 학생 스스로가 될 수 있도록 학급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조성해야 한다. 교사는 소외되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또 누군가를 소외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 행위인지 잊지 않도록 자주 교육해야 한다. 즉 교사로서 집단따돌림이 발생하지 않는, '친인권적인 교실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따돌림을 당해본 자만 아는 따돌림의 고통을, 적어도 우리 반 아이들은 평생 모르는 것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나의 집단따돌림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작성했던, 피땀눈물이 들어간 서울대학교 석사 졸업 논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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